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취임 “동서양 문화사 어우러진 세계적 박물관 도약 힘쓸 것”

입력 2011-02-14 19:39


“전시 공간이나 관람객 규모에서도 세계 10위 안에 드는 박물관을 이제는 보석 같이 갈고 닦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동서양 문화사가 어우러진, 질과 양 측면에서 명실공히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도록 힘쓰겠습니다.”

김영나(60)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4일 서울 이촌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소감과 향후 중점 추진 과제 등을 밝혔다. 지난해 3월 발간된 자신의 저서 ‘20세기의 한국미술 2’를 한 권씩 선물한 김 관장은 ‘서양미술 전공자로 박물관장 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질문하고 싶었죠?”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서양문명 전시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또한 서양미술뿐 아니라 서울대 박물관장을 지내고 고고미술사 분야 강의도 많이 했기 때문에 전공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전공과 박물관 경영은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발탁 과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잘 모르는 사이”라면서 “영국 같은 데서는 국가가 부르면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임명되기 전날 밤 연락을 받고는 뜻밖이라고 생각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답했다. 초대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선친 김재원 박사에 이은 ‘한국 최초의 부녀 관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누를 끼쳐서도 안 되겠지만 아버지 때문에 발탁된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김 관장은 “취임 이후 박물관을 돌아봤더니 관람객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전시는 좀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고, 조명시설도 손을 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비주얼 이미지로 누구든지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어린이 관람 교육에 대해 그는 “몇 백명씩 우르르 휩쓸고 다니면서 주입식으로 관람하는 행태보다는 20∼30명씩 토론식 질문을 통해 작품의 시대성과 가치를 스스로 알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전문 큐레이터 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한국에서 학교를 나오지 않아 직원들 학력은 보지 않고 능력을 본다”면서 “능력 있는 스태프와 상의해 좋은 전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미국 뮬런버그대와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선친의 일제시대 행적에 논란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관장은 “아버지가 1941년 독일에서 귀국하자마자 보성전문학교에서 독어 강사로 일했는데 무슨 얘기냐?”면서 “6·25때 미군 열차를 빌려 문화재를 부산으로 옮기고, 국제 문화교류를 위해 틈만 나면 외국의 박물관장에게 편지를 썼는데, 당시 아버지 같은 분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