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갇힌 고립마을 표정 “사흘만에 바깥 구경, 하늘 구멍난 것 같았다”
입력 2011-02-13 21:58
“하늘에 구멍이 난 거 같더라니까요∼ 얼마나 눈이 오는지, 나갈 수가 있어야지요.” 폭설의 기세가 수그러진 13일에도 강원도 산간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눈 속에 고립되거나 간신히 진입로만 확보한 채 불편한 생활을 이어갔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3리 일명 ‘바람불이’ 마을 4가구 8명은 식수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외지로 통하는 유일한 출입로인 평창군 도암댐을 에둘러 지나는 길이 폭설로 막혔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바람이 심해 바람불이 마을로 불리는 이 마을은 산간오지에 위치한 탓에 그동안 6㎞쯤 떨어진 아랫마을에서 물을 길어다 썼다. 최대집 대기3리 이장은 “윗마을 주민들이 물을 길어간 지 사흘이 넘었다”며 “길이 끊겨 물이나 제대로 마시고 있을지 염려스럽다”고 걱정했다.
동해시 삼화동 ‘비천마을’과 ‘달방마을’ 주민 90여명도 이틀째 폭설에 갇혔다. 이 마을은 정선∼동해를 잇는 42번 국도에서 마을까지 2∼3㎞가량 떨어져 있어 진입로조차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광식 통장은 “웬만해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 곳인데 이번 눈은 내려도 너무 많이 내렸다”며 “이 상태로는 이틀은 더 갇혀 있어야 할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삼척시 근덕면 신흥마을에는 길을 뚫기 위해 군 병력이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긴급 투입됐다.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은 60대 이상 노인들로 눈이 녹을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김모(63·여)씨는 “군인들이 도와줘 사흘 만에 집 밖에 나왔다”며 “옆집에 갈 수 있는 길이 생겨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오대산 국립공원 산자락에 위치한 강릉시 연곡면 삼산4리 ‘솔내마을’ 주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마을 18가구 주민 20여명은 군 장병들이 대거 투입돼 진입로를 뚫어주기 전까지 때아닌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한편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부터 쏟아진 폭설로 강릉 5개 마을 60가구 117명, 삼척 2개 마을 56가구 109명, 동해 2개 마을 30가구 90명 등 9개 마을 146가구 316명이 고립됐다.
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