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100년만의 폭설] 기록적 폭설 왜?…찬 대륙고기압 약해지며 메가톤급 눈구름 형성

입력 2011-02-13 21:57

동해안을 강타한 폭설은 겨우내 우리나라 남쪽까지 세력을 키운 찬 대륙고기압이 봄이 가까워지면서 힘이 약해져 생긴 현상이다.

기상청은 13일 “5㎞ 상공에 위치한 영하 30도 안팎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이동하면서 남동쪽 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과 만나는 과정에서 강한 동풍이 유입돼 큰 눈구름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지난 12~1월에는 한반도에 혹한을 만들어 냈던 시베리아의 찬 대륙고기압 세력이 워낙 강했다. 이때까지는 우리나라 내륙 5㎞ 상공에 영하 30도의 차가운 공기가 포진해 있었다. 때문에 습기가 많은 남쪽의 저기압이 북쪽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입춘(立春)이 지나면서 대륙고기압은 기운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남쪽 저기압이 북상하면서 강원도 지방까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북쪽과 남쪽에 각각 고기압과 저기압이 형성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북고남저(北高南低) 형태의 기압 배치가 되면서 동해안 지역에는 북동풍이 불었다. 북동풍은 해수면 온도가 10~13도인 동해안을 지나면서 따뜻한 기운을 갖게 됐다. 이 따뜻한 공기는 찬 시베리아 공기 아래로 들어가 대기 불안정성을 키웠다. 바다에서 불어온 따뜻한 동풍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상층의 찬 공기 쪽으로 밀려 올라가 눈구름을 더욱 발달시켰다.

따뜻한 기운이 동해남부 지역에 계속 멈춰 있었던 것도 폭설의 힘을 키웠다. 동해남부 저기압은 일본에 발달해 있던 큰 저기압의 끝자락에서 발전한 중규모 저기압이다. 이 저기압은 일본에서 발달한 저기압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일본의 저기압이 계속 정체되면서 우리나라 저기압도 이동을 하지 못해 바람을 계속 만들어 냈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동해안 지역에 내린 폭설의 주요 원인이 됐다. 2000년대 들어 동해안 지역에 20㎝ 이상 폭설이 내린 7차례도 2~3월에 집중됐다. 2005년 2월 15일에는 대관령 적설량이 68.5㎝를 기록해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밖에도 2001년 2월 15일 춘천 25.2㎝, 2004년 3월 4일 영월 24.7㎝, 2005년 3월 4일 대관령 68.5㎝, 2009년 3월 26일 홍천 40㎝, 2010년 3월 9일 대관령 108.8㎝ 등이 모두 봄 문턱에서 동해안에 내린 폭설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따뜻한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며 형성된 눈구름으로 폭설이 발생했다”며 “서해안 지역은 많아야 30㎝ 정도의 눈이 오지만 동해안 지역은 훨씬 더 많은 눈이 내린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