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피해자·담배 회사, 12년 ‘담배소송’ 누구 손 올라갈까
입력 2011-02-13 19:16
12년을 끈 담배 소송의 항소심 결과가 15일 나온다. 담배 소송은 폐암 환자 등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다투는 공익 소송이다. 국내에서는 1999년 폐암 환자 7명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게 처음이다.
◇담배의 제조상 결함=13일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성기문)에 따르면 원고 측은 지난달 28일 담배 첨가제 등에 관한 KT&G 연구진의 2005년 논문을 제출했다. 논문에서 이문수 KT&G 중앙연구원장 등은 담배의 산성도(pH)가 높아질수록 기체 상태의 니코틴인 프리니코틴 함량이 크게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pH가 5.08인 제품은 프리니코틴 함량이 0.11%에 그쳤지만 pH가 8.35인 제품은 프리니코틴 함량이 68.13%로 크게 늘었다.
원고 측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KT&G는 암모니아 화합물을 첨가해도 프리니코틴이 증가한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KT&G가 니코틴 흡수율과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약 600종의 첨가물을 사용해 니코틴 조작을 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KT&G 측은 “담배 첨가물은 보습제나 향료 성분으로 논문은 미국에서 나오던 얘기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 차원이었다”면서 “제품에 암모니아를 넣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폐암의 원인은 흡연?=1심은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병의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개별 환자의 폐암이 흡연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KT&G의 손해배상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에서도 흡연과 폐암 발병의 의학적 인과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중요한 쟁점이다. 원고 측은 “흡연이 전체 흡연자의 폐암 발생 중 85∼90%에 기여하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KT&G 측은 “폐암 환자의 10∼15%는 전혀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 중에서 발생한다”며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긴 소송에 당사자는 이미 사망=1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7년이 넘게 걸렸고 항소심도 4년 넘게 끌어왔다. 양측이 연구문서와 첨가물 목록 제출을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원고 측은 6000여억원을 들여 금연운동을 담당할 공익재단을 설립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KT&G 측은 거부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담배 소송을 제기한 7명 중 6명은 폐암과 후두암 등으로 사망했다. 현재는 방모(62)씨가 유일한 생존자다.
외국에서도 흡연 피해자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승소한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1998년 이후 미국에서는 담배회사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승소하는 사례도 나왔다. 2009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에 손해배상으로 795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한 것은 대표적이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