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코리아 상대 수리비 소송 승리한 이철호씨 “美 규정만 내세우는 애플 서비스 달라져야”
입력 2011-02-13 19:14
수리비 29만400원을 두고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을 때 그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고장난 아이폰 명의자인 이모(15)양의 아버지인 이철호(55)씨는 골리앗을 상대로 혼자 싸워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이씨는 13일 “수리비를 받자고 소송을 제기한 건 아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내 기업의 제품이었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문제를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덮으려고만 하는 애플 측의 태도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애플사가 비밀리에 사건을 봉합하려던 시도를 거절하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는 “침수라벨이 있는 아이폰 아랫부분의 충전 단자는 다른 제품에 비해 크고 넓지만 마개가 없다”며 “미국 본사에서 습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도록 제품을 설계해놓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소를 취하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내 휴대전화 제품의 충전 단자에는 대부분 고무나 플라스틱 재질의 마개가 붙어 있다.
이씨는 변호인 없이 소송을 진행했다. 법률사무소에서 서무직으로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29만원의 수리비를 청구하는 소송인데 변호사를 선임하는 비용만 보통 300만원이 넘는다”며 “애플코리아의 문제점을 알리려고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무료 변론을 제안했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이씨는 “제품 설계에 결함이 있다는 소비자 의견을 무시하고 미국 규정만을 고집하는 애플사의 서비스 정책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딸이 쓰던 아이폰이 고장나 수리를 맡겼으나 애플사의 AS센터가 “소비자의 과실로 침수라벨이 변색됐기 때문에 미국 본사 규정상 무상수리를 해줄 수 없다”고 버티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