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박근혜, 길고도 질긴 악연… 최근 ‘개헌’으로 또 전운

입력 2011-02-13 20:30


이재오 특임장관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오랜 악연이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다. 이 장관이 개헌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일한다’ ‘나는 다윗, 나의 상대는 골리앗’ 등 연일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이 장관의 측근은 13일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장관은 1979년 재야단체 간부로 안동댐을 방문했다가 당시 새마을봉사단 총재였던 박 전 대표의 방생기념탑은 큰 반면 안동댐 건설공사로 숨진 인부들의 위령탑이 초라한 것을 보고 “유신 독재의 실체”라고 강연을 했다가 구속됐다. 이 장관은 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고, 박 전 대표는 98년 4월 재보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같은 당에 몸담았지만 다른 여정을 걸은 두 사람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이 장관은 2004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 전 대표를 겨냥해 “독재자의 딸이 당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은 망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해 8월 전남 곡성 연찬회에서도 “박 전 대표는 유신 체제의 중심에 있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2006년 7월 전당대회에서 이 장관은 박 전 대표 측 지원을 받은 강재섭 의원과 맞붙었다. 이 장관의 연설 도중 박 전 대표가 자리를 뜨면서, 이 장관은 우세하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 이 장관 측은 앙금을 오랫동안 못 풀었다.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 장관이 이명박 후보 캠프 좌장을 맡으면서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두 사람의 악연은 차기 대권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장관이 최근 유신헌법의 잔재 청산을 개헌의 이유로 들고 나오는 등 ‘유신 체제’를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선 2007년 경선 당시 이 장관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전 대표를 내세워 집권이 가능할까’라는 문제가 또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