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갇힌 영동… “간신히 토끼길 냈는데” 또 큰 눈 예보 설상가상
입력 2011-02-14 00:12
사상 최악의 폭설이 내린 동해안 지역에는 13일 민·관·군이 일체 단결해 피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군은 헬기 등을 이용해 눈으로 고립된 마을을 찾아 응급 구호물품을 전달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막힌 도로를 복구하는 등 마비된 도시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13일 폭설의 기세는 수그러들었지만 14일부터 최대 50㎝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동해안 지자체 눈과의 전쟁 중=하루 만에 내린 눈이 82㎝로 10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강원도 강릉시에는 연인원 2만5000여명이 동원돼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은 물론 시민, 경찰, 군인 등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2018 동계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의 강릉 현지실사가 있는 18일 이전까지 제설작업을 마치기 위해서다. 시는 13일 페이로더 8대, 유니목 5대, 덤프트럭 55대, 트랙터 250대 등 중장비 410대를 총동원해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택시부제 해제, 시내버스 배차시간 간격 5분 앞당기기 등 대중교통 확충을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제설작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도로변 주차 및 자가용 차량 이용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강릉과 삼척, 태백 등 7개 시·군에서도 주요 도로의 긴급 제설작업이 완료돼 187개 노선의 시내·농어촌버스 운행이 이날부터 정상화되고 있다. 양양국제공항도 이날 오후부터 운항이 재개됐다.
◇군(軍) ‘입체 제설작전’ 돌입=지역 군부대들도 제설작업에 적극 나섰다. 군은 이날 강릉 동해 삼척 속초 고성 경북 울진 등에 10개 부대 장병 8124명, 헬기와 불도저 등 제설장비 57대와 기동장비 162대 등 286대를 투입했다.
고립마을 파악을 위해 헬기 4대를 투입한 항공정찰을 실시, 제설작업과 생필품 공급,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즉시 장비와 병력을 투입하는 등 하늘과 땅에서 입체적인 작전을 펼치고 있다.
앞서 8군단은 지난 11일 밤 양양군 손양면 밀양고개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으로 인해 150여대의 차량이 도로 위에서 6시간30여분 동안 고립되자 450여명의 병력과 장비를 투입해 차량과 운전자를 구조했다. 전면 통제됐던 7번 국도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호산리 구간 10여㎞는 제설작업을 벌여 34시간 만인 이날 오전 5시쯤에야 양방향 소통이 재개됐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방부 재난대책본부를 찾아 육군본부와 강원도 원주 1군사령부, 양양에 있는 8군단사령부와 화상회의를 갖고 부대별 가용 능력을 총동원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도록 지시했다.
◇동계올림픽 ‘망칠라’=동계올림픽 실사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14일 IOC의 2018년 동계올림픽 후보도시 평창 현지 실사를 앞둔 도와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제설작업에 총력전을 필치고 있다. 도는 지난 12일부터 평창과 강릉, 정선 등 IOC 실사단 동선에 속한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226㎞ 구간에 제설장비 1560대와 제설인력 5400명을 투입, 밤샘 작업을 벌였다. 도 관계자는 “실사단에 올림픽 개최지에 걸맞은 강설 조건과 제설능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도로에 갇힌 운전자들 큰 고통=강원도 주요 도로를 다니던 차량 운전자들은 갑자기 도로가 마비되면서 극심한 혼란과 악몽을 겪었다. 가장 심각한 양상을 빚은 도로는 국도 7선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호산리 구간 10여 ㎞로 지난 11일 오후 10시 도로가 전면 통제되면서 차량 100여대와 운전자 등 300여명이 고립됐다. 이들은 제설작업으로 34시간 만인 13일 오전 5시쯤 양방향 통행이 재개될 때까지 차안에서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일부 운전자는 견디다 못해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해 구조 손길을 기다렸다.
춘천=정동원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