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선택하고 누구는 강제배정… 불공정한 고교선택제
입력 2011-02-13 18:51
서울 화곡동에 사는 중학교 3학년 김모(16)양은 지난 11일 고교선택제 결과를 통보받고 실망에 빠졌다. 대부분 친구가 지망 학교에 배정받은 것과 달리 자신은 지망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김양은 13일 “1·2단계에서 진명여고와 목동고를 지원했지만 실제 고교 배정은 발산동 명덕여고였다”며 “집에서 버스로 13개 정거장 정도 떨어진 학교로 배정받았다. 원하는 학교에 보내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지망을 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양은 “우리 반 37명 중에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이 3∼4명쯤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고교선택제 결과에 따르면 전체 8만3000여명의 입학예정자 중 7만1071명(86.4%)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됐다. 나머지 13.4%는 김양처럼 지망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받은 것이다. 특히 이 중 약 1%는 통학거리가 먼 원거리 학교에 배정됐다. 이에 따라 지망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된 학생·학부모 사이에서는 “차라리 예전처럼 모든 학생을 강제 배정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은 미지망 학교·원거리 학교 배정 원인을 불균등한 학교 분포,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증가 등으로 보고 있다. 올해 서울 지역 자율고는 지난해보다 13곳 늘어난 26곳이다. 자율고로 전환되면서 일반고 정원이 줄었고, 자율고 인근 지역 학생이 원거리 학교에 배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동대문구, 성북구, 양천구 등 자율고가 신설된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동대문구에는 대광고, 성북구에서는 용문고, 양천구에서는 양정고가 자율고로 전환되면서 일반고 정원이 줄었다.
양천구에 사는 학부모 강모(44?여)씨의 아들도 지망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됐다, 강씨는 “자율고가 생기면서 목동 쪽에 갈 만한 학교가 사라졌다”며 “고교선택제가 좋은 학교 선택해서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지만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 전학을 하려고 이사 가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율고로 전환된 학교들은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반면 자율고 인근 학생들은 원거리로 배정되는 현상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는 자율고 9곳에서 800여명이 미달됐다.
시교육청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망하지 않은 학교로 간 원거리 배정 학생은 상실감이 크다”며 “학군별로 민원대책반을 편성해 학부모와 학생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성수 박지훈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