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민혁명 빛나다] 칼자루 쥔 군부…‘질서 유지자’ 역할로 끝낼까
입력 2011-02-14 00:10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전격 하야에 따라 권력을 이양받은 군부의 향후 행보에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정치적 과도기의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된 군 최고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권력의 민정 이양과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준수를 약속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군 최고위 대변인은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현 정부와 주지사들이 계속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군부는) 평화적 권력 이양의 모든 과정을 관장하겠지만 직접 통치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군은 아울러 “국제사회와 맺은 모든 협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문제는 군부가 무바라크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사임을 거부하며 버티는 무바라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준(準) 쿠데타 행위’가 있었는지, 무바라크와 미국 등과의 조율 아래 집권세력의 새로운 ‘얼굴마담’ 역할을 하게 된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군이 새로운 집권세력으로 등장할지, 과도적 질서유지자 역할에만 충실할 것인지도 여전히 유동적이다.
현재로선 이집트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는 군부가 새로운 독재체제를 구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규군 46만8000명, 예비군 47만9000명 등 100만명에 가까운 병력을 보유한 막강 이집트군은 청렴하고 유능한 조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앞서 군 최고위는 11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향후 취해야 할 조치와 절차, 지시 등에 대한 윤곽을 담은 로드맵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정통성을 지닌 정부의 대안 속에 군 최고위가 포함되지는 않을 것임을 확인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군부에 의한 지배체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다니엘 바이만 선임연구원은 “오랜 통치의 역사를 지닌 이집트 군부가 국민들에게 권력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고 CNN방송에 전했다. 조지워싱턴대의 나탄 브라운 교수(중동정치 전공)는 “군 고위 사령관들의 집단 지도체제가 들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집트 군부는 이번 주 중 무바라크가 주요 권력을 이양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이와 관련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가 지난 9일 밤 군부의 이런 계획에 대해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