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민혁명 빛나다] 긴박했던 ‘마지막 40시간’… 군부 결단·버티기·하야 ‘급반전 드라마’
입력 2011-02-13 18:36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하기까지 이집트의 마지막 40시간은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격동 드라마’였다. 이집트 군지도부가 움직였고, 그 이면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펜타곤), 백악관이 있었다.
◇예정됐던 상황 정리=미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CIA와 알링턴의 펜타곤으로 지난 9일 밤(현지시간, 이집트 10일 오전) 급전이 들어왔다. 내용은 ‘무바라크의 즉각 권력 이양과 시위 사태 마무리 방안’이라는 이집트 군지도부의 계획이었다. 새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CIA와 펜타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집트 군부로부터 계획을 들은 미 정부 고위관리는 10일 오전(이집트 10일 오후)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그가 바로 집무실을 떠나거나, 권력을 넘기는 것”이라고 백악관 안보팀에게 전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하야는 분명해 보였다.
CIA와 펜타곤은 이달 초부터 이집트 군부 핵심 지도자들의 생각을 읽었다. 군은 무바라크 즉각 퇴진을 기정사실화했다. 남은 건 ‘조율된 하야’냐, 아니면 ‘군부의 무혈 쿠테타’냐였다.
보고를 받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0일 낮(이집트 10일 밤) 적극 반응했다. 북미시간주 대학 연설을 통해 “세계가 변화의 순간 지켜보고 있다. 민주주의 이행에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 시각이 오후 2시(이집트 오후 9시)였고, 이 언급은 이집트 군부 계획에 대한 지지 신호였다고 한 고위관리가 밝혔다.
리언 파네타 CIA 국장도 비슷한 시각 하원 청문회에서 “오늘 밤 안에 무바라크가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급변한 상황=이집트 상황은 두 시간이 지난 오후 4시(이집트 새벽 1시) 급반전됐다. 무바라크는 ‘즉각 사임’을 거부했다. 연설 내용은 그의 핵심 측근들도 몰랐다. 군부도 어리둥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격노했고, CIA는 당황했다.
같은 날 밤 긴급 소집된 오바마 대통령 주재의 국가안보회의에서 무바라크 ‘제거’에 이견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에서 성명 내용 중 일부 표현을 직접 작성했다. 이집트 국민들 편에 서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탄타위 이집트 국방장관과 다섯 번 통화했다. 미국이 이집트 군부의 결심을 재확인하는 절차였다.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과 이집트 군부는 미국의 카운터파트너들과 접촉했다. ‘상황이 이대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교감이 있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술레이만은 군부 핵심들의 최종 회의에 참석했고, 무바라크에 대한 지원을 거둬들였다.
무바라크는 군부로부터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받았고 휴양지로 떠났다. 술레이만은 오전 11시(이집트 오후 6시) 무바라크 하야를 발표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