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민혁명 빛나다] 중국, 이집트 사태 보도통제
입력 2011-02-13 18:37
중국 언론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초래한 ‘이집트 시민혁명’에 대해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등 조심스런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관영 신문과 텔레비전은 물론 인터넷 매체, 마이크로 블로그 등 모든 미디어를 대상으로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 자발적인 보도를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이집트 사태를 보면서 1989년의 6·4 천안문사태를 떠올려 정치 개혁을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는 13일 “군부가 이집트를 어떻게 끌고 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며 “최우선적으로 강조돼야 할 것은 법과 질서”라고 밝혔다. 차이나데일리는 하루 전인 12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정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높은 물가와 실업률 등이 시위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 사퇴 소식을 짧게 전하면서 “이집트의 최근 정세 발전이 국가 안정과 질서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내용을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어 13일 이집트 군부가 권력의 민정 이양,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준수 등을 약속한 사실과 통금시간 단축, 주식시장 재개 예정 등을 차분하게 전했다.
신랑(新浪), 왕이(網易) 등 포털사이트도 신화통신 기사를 그대로 전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주요 포털사이트나 마이크로 블로그에 ‘이집트’ ‘튀니지’를 검색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거나 “관련법과 규칙, 정책에 따라 검색 결과가 제공될 수 없다”는 안내문만 뜬다. 이처럼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한 네티즌은 “이집트 인민들은 각성했는데 중국인은?(埃及人民覺醒了..中國人民?)”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홍콩의 명보가 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과 외무부는 12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 이집트가 민주적 질서를 조속히 회복하고 외부의 간섭을 배제한 채 자력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