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민혁명 빛나다] 중동 “위대한 승리”… 반미 성향 무슬림형제단 활동 보장 촉구
입력 2011-02-13 18:37
이집트 시민혁명으로 30년의 철권통치 체제가 무너지면서 이슬람 강경세력들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 등 급진무슬림이 집권하는 국가들은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 발표에 대해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치켜세우며 반미 성향 무슬림형제단의 활동 보장을 촉구했다.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집트 국민이 위대한 승리를 이뤄냈다”고 치하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외무부는 “이집트 국민이 이 경로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모든 역사적인 요구를 현실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도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에 대해 “(이집트 국민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헤즈볼라는 “이번 혁명에서 남녀노소 구분 없는 연대감이 보였다”며 “헤즈볼라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요르단의 무슬림형제단은 “아랍 정권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무바라크는 시위 초창기에 퇴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야권 지도자인 안와르 이브라힘은 “미국이 무슬림형제단을 포용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모든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 내 보수진영이나 이스라엘은 급진무슬림 세력의 정치 참여를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적대적인 무슬림형제단과 유사한 집단이 정권을 잡을 경우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 하원의 피터 킹 국토안보위원장은 12일 이집트에서 선거를 통해 새롭게 들어설 정부에 무슬림 형제단의 참여를 배제하도록 미 정부가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킹 위원장은 폭스뉴스에 출연, “미국은 앞으로 6개월간 이집트 군부와 협력해 민주적인 정권 이양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폭력을 일삼는 테러리스트들과 교류하는 이 같은 그룹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영향력을 최대한 행사해서 무슬림형제단이 입지를 굳히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