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민혁명 빛나다] 시위 전파부터 완수까지…시민혁명은 ‘SNS 혁명’
입력 2011-02-13 21:54
열아홉 살 이집트 청년 모하메드 마젬은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중심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 가 진행된 18일 동안 페이스북에 몰입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노트북과 휴대전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지런히 올렸다. 광장에 취재 온 외신 기자들을 인터뷰해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마젬은 “광장에 직접 올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빼곤 페이스북을 붙들고 살았다”고 말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다. 그는 순전히 자발적이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집트 시민혁명을 완수하는 데 위력을 발휘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지난달 첫 시위를 앞두고 8만9000명이 시위 참여 의사를 밝힌 건 시작에 불과했다.
SNS의 역할은 계속 커졌다. 지난 11일 저녁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퇴 의사를 밝히자 타흐리르 광장 시위대 중 상당수 청년들이 한손을 높이 들며 다른 손으로는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들은 손가락으로 열심히 휴대전화 자판을 눌렀다.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전하고 감격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SNS를 통한 정보 전달은 중요 국면마다 시위대에 힘을 실어줬다. 이집트 한 일간 신문이 지난 7일자에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숨진 10여명의 이름과 사진, 사연을 게재하자 이 정보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희생자 10명의 사진을 이어 붙여 만든 동영상이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에 전달됐다. 무바라크 정부의 무차별 진압에 관한 분노감을, 지방·해외의 이집트인들과 타흐리르 광장의 이집트인들이 공유했다.
구글 임원 와엘 고님의 ‘눈물 인터뷰 동영상’도 페이스북을 통해 확산되면서 가라앉던 시위 분위기가 다시 뜨거워졌다. 고님은 본인도 인권운동가 폭행치사 사건에 항의하는 페이지를 페이스북에 열어 시위를 이끌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이런 현상에 대해 “혁명이 트위터화(twitterise)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시민의 힘이 말과 글을 매개로 결집했다고 13일 평가했다.
이집트에서 페이스북 이용자는 최근 2개월간 급속히 늘었다. 관련 통계 사이트 소셜베이커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450만명 수준에서 지금은 약 520만명이 됐다. 이곳 청년들 사이에선 3~4년 전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유행처럼 번졌다. 모하메드 아슈르(22)는 “하루에 10차례 정도 SNS에 들어가고 이용 시간을 합치면 하루 2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슈르는 한국 돈으로 매달 약 4만원을 통신요금으로 낸다.
시위 참가자 중 SNS 이용자가 아닌 사람도 많았다. 따라서 SNS가 중요한 도구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혁명 성공의 결정적 변수는 아니었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이 정권의 시민 감시 도구로 전락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이로=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