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민혁명 빛나다] 18일간 투쟁 시민들 “이집트는 다시 태어났다”

입력 2011-02-13 21:41


30년 독재자가 사라진 이집트의 첫날을 시민들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는 독재 타도 18일간 드라마의 증거이자 두려움 없는 시민정신의 상징으로 보인다.

◇빗자루 부대가 채운 광장=‘독재자 무바라크’가 없는 첫날인 12일(현지시간)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들은 ‘빗자루 부대’로 변신해 불탄 차량, 아스팔트 파편, 바리케이드, 음식 쓰레기 등 지난 18일간의 투쟁의 잔해를 쓸어냈다. 광장의 천막도 제거됐다. 한 소녀는 “광장은 이제 우리 것이 됐으니 우리가 치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스스로의 의지로 이집트를 건설하겠다는 국민들의 의지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한켠에선 시민 수천 명이 전날의 감격을 이어 춤추고 노래했다. 40대의 한 엔지니어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도 주목받는 나라가 됐다. 이집트는 다시 태어났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날 밤에도 광장은 불꽃놀이와 함께 무바라크의 퇴진을 자축하는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수만명이 부둥켜안고 춤을 추고 울고 웃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수만명이 그곳 대통령궁으로 행진하는 등 이집트 전역은 감격과 환희의 물결로 넘쳐났다. 13일엔 3주 만에 다시 광장으로 차량 진입이 허용됐다.

관영 언론도 표변해 시민들의 승리를 축하했다. 대표적인 친정부 언론인 관영신문 알아흐람은 “민중이 정권을 몰아냈다”를 1면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이제 시작일 뿐=시위를 주도했던 청년단체연합은 민주화 이행을 위한 구체적 요구조항을 제시했다. 군부와 무바라크 정권에 몸담았던 인사들의 차기 정부 참여 금지, 비상계엄령 해제, 다당제 실현 등이 포함됐다. 지도부 사이에선 첫 단추를 뀄을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청년조직 지도자 섀디 알 가자릴 하브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청년 시위조직 안에서도 광장 시위의 지속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주 세력은 일상 복귀와 함께 매주 금요 집회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조직은 군이 제시한 일정이 불투명하다며 광장 잔류를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중동 지역으로 군 자문관을 급파하는 등 무바라크 이후를 준비하려는 국제사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반정부 시위 혼란의 와중에 이집트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투탕카멘왕 상(像) 등 유물 18점이 도난당했다.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지난달 28일 발생한 도난사건은 범인들이 박물관 지붕을 통해 침입했다.

카이로=권기석,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