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부터 찜질방 요금까지… 물가상승세 전방위 확산

입력 2011-02-13 18:27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경제 부처 장관들이 모이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달간의 물가안정대책을 점검하고 이를 보도자료로 내놓으려다 그만뒀다. 지난달 13일 윤증현 재정부 장관을 비롯,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해 물가대책을 내놓고 같은 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까지 올렸지만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는커녕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채소값과 돼지고기값 상승 여파로 외식비 등 서비스요금이 줄줄이 오르고 있고 정부가 설 전까지 가격 상승을 억제했던 가공식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영동 폭설까지 겹치면서 출어가 일시 중단돼 고공행진을 하는 오징어 등 일부 수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은 1인분 3만5000원 수준인 코스 메뉴 가격을 이번 주 2000∼3000원 정도 인상하기로 했다. 배추 무 파 등 모든 음식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돼지고기 가격도 많이 올라 재료값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13일 “유통비를 포함해 배추를 포기당 6000원에 조달하고 있다”며 “기본 재료값이 너무 올라 음식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의 한 식당도 주 메뉴인 알탕과 대구탕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같은 지역 곰탕 집도 구제역 영향으로 곰탕 가격을 1000원 올렸다.

음식값 외에 찜질방, 헬스클럽 이용료 등도 올랐다. 충북 청주의 한 찜질방은 지난달 중순부터 오후 7시∼오전 7시 이용객들에게 사우나와 찜질방 이용료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려받고 있다. 서울 신사동에 사는 미혼인 B씨는 “물가가 올랐다고 하지만 살림을 안 해 실감을 못했는데 며칠 전 집 근처 헬스클럽에 갔다가 한 달 이용료가 만원이나 올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생필품도 10개 중 7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재정부와 한국소비자원 T-Gate(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생필품 80개 품목 중 66.3%인 53개 가격이 전월보다 인상됐으며 24개(30.0%)는 내리고 2개(2.5%)는 변동이 없었다.

지난 1월에 전월 대비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시리얼(12.1%)이었으며 설탕(11.8%), 고무장갑(9.0%), 일반면도날(8.4%), 새우깡(8.3%), 두부(8.0%), 세탁세제(7.8%), 마요네즈(6.3%), 분유·커피(5.4%)가 그 뒤를 이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주요 가격상승품목 11개 중 분유 아이스크림 시리얼 등 3개 품목은 지난해 말 할인판매를 했다가 올 1월 할인판매 종료로 가격이 상승했다”며 “설탕은 공장 출고가격 변동이 없는데도 일부 유통업체에서 가격을 조정하면서 최종 소비자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명희 조민영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