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하숙난민… “6개월치 한꺼번에 내라” 전세대란에 유탄맞은 대학가
입력 2011-02-13 20:31
서울 주요 대학가에선 ‘하숙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1, 2년 전에 월 40만원이던 하숙비가 50만원 이상으로 오른 곳이 많다.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6개월~1년치 하숙비를 미리 받는 경우도 있다.
전세대란은 대학가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직장인, 신혼부부 등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대학가로 몰리면서 대학생들이 ‘유탄’을 맞았다.
성균관대에 다니는 허지훈(24)씨는 “40만원 정도면 얻을 수 있던 방이 요새는 50만원 이상”이라며 “방을 찾아 4시간째 돌아다니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하숙은 원래 보증금이 없는데 요즘엔 하숙에도 보증금이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숭실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한수호(29)씨는 “얼마 전 집주인이 35만원이던 월세를 40만원으로 올렸다”면서 “시설은 그대로인데 월세를 올려 짜증이 났지만 돈을 내지 않으면 나가라고 할 기세여서 그냥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가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숙비는 매년 2만~5만원씩 오르는 추세다. 10년 전에 월 20만원 정도 하던 33㎡짜리 원룸은 요즘 45만~50만원이 기본이다. 건물을 신축했거나 리모델링한 경우엔 월 50만원에 보증금 1000만원이 붙기도 한다.
서울 화양동 건국대 근처에 하숙을 구한 이지훈(25)씨는 “방이 괜찮다 싶으면 50만~60만원 정도”라며 “어떻게든 45만원에 맞추려고 애썼는데 침대가 들어가면 책상이 안 들어갈 정도로 방이 작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전세대란 여파로 대학가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일도 힘들어졌다. 명륜동 성대 인근 전세가는 500만~10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10~15% 정도 올랐다.
대학가 주거비용이 오른 것은 직장인과 신혼부부들이 전세대란을 피해 비교적 저렴한 대학 주변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촌동의 한 부동산 대표는 “지난해 가을부터 대학가 싼 주택을 찾는 직장인이 많아져 요즘 신촌 지역 전·월세 거래의 60~70%는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신림동의 부동산 중개인은 “신혼부부들이 많이 들어와 집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며 “좋은 오피스텔은 전셋값이 지난해보다 2000만원 이상 뛰었다”고 전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치 월세를 미리 현금으로 받고 입주시키는 ‘일시불 하숙비’도 등장했다. 집주인은 하숙생이 계약기간을 다 못 채우고 갑자기 나갈 경우 손해를 보기 때문에 미리 목돈을 받는다고 했다.
하숙을 찾고 있는 동국대생 권모(25)씨는 “월 45만원인 하숙비 1년치를 현찰 일시불로 내면 50만원을 깎아주겠다는 곳이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에 다니는 윤모(25)씨도 “집주인이 최소 6개월치는 한꺼번에 내야 한다고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하숙비 급등으로 지방 출신 학생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외대에 다니는 김모씨는 “월세는 계속 오르는데 부모님께 손 벌리기 미안해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뛰어 방값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김수현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