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시대 직장선교 길 찾는다… 예장통합 직장선교연구소 창립
입력 2011-02-13 18:22
“더 이상 ‘부지런히 일해라’ ‘지금 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겨라’ 하는 식의 메시지로는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현대 직장인을 위한 신학과 선교가 절실합니다.”
극심한 생존경쟁, 청년 실업, 비정규직 확대, 잦은 이직과 조기퇴직 등 현대인이 처해 있는 직업 현실을 반영한 직장선교 연구가 시작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지난 11일 국내선교부 산하에 직장선교연구소를 창립하면서 “다음 100년의 교회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직장선교의 성경적, 교회적, 목회적 기반을 견고히 확립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연구소장을 맡은 장로회신학대학교 김철영 교수는 이날 창립예배 후 진행된 세미나에서 루터의 노동신학과 현대 직장 현실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루터가 일상적인 노동을 ‘소명’으로 끌어올려 인간 노동사에 위대한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평가하면서 김 교수는 “그러나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양대 흐름 속에서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동일한 노동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기퇴직과 재교육, 자유로운 이직 문화 속에서 평생 하나의 직업을 갖는 경우가 적어지고, 분업과 비정규직 등으로 단순한 ‘임금노동’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 등이 이유다.
김 교수는 ‘왕’ ‘예언자’ ‘제사장’이라는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를 기준으로 일터신학, 노동신학을 새롭게 정립해 나갈 필요를 제시하는 한편, 무한 생존경쟁 속에서 마모되고 상처받는 현대인들을 위해 교회가 ‘교제’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청년실업자, 조기퇴직자 등까지 아우르기 위해서는 기존의 ‘신우회’ 틀을 넘어서서 교회와 교단이 현장으로 밀착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 회장을 맡은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도 현장 목회자들을 향해 “누구나 교회에 오면 교인, 직장으로 가면 직장인”이라면서 “성도의 교회 밖 삶까지 목양하려면 직장선교에 대한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동교회에서 이미 진행 중인 ‘주5일 근무+주1일 봉사’ 캠페인을 하나의 대안으로 소개했다. 주5일 근무제에 따라 추가로 가지게 된 하루의 여가를 봉사활동에 쓰자는 캠페인으로 이 목사는 “교회가 그 하루의 봉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일꾼을 양육하자”고 제안했다.
연구소는 앞으로 직장선교를 위한 신학적 토대 구축, 신학생과 성도·기업 경영인·다음 세대 등 대상에 맞는 새로운 소명 강의 개발 및 실시, 직장선교 전담 목회자 양성, 직장선교 사례집 발간 등 사역을 해 나갈 계획이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