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서승환] 지역균형발전과 시장원리

입력 2011-02-13 18:02


최근 들어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소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참여정부 이래 추진되고 있는 공간정책들이 겪는 어려움이 점차 가중되는 형국이다. 2005년 이후 전국 여섯 곳에서 추진되고 있던 기업도시들 중 무주 기업도시는 지난 1월 개발구역지정이 해제되어 6년 만에 사업이 백지화되었다. 나머지 다섯 곳도 개발지역이 대폭 축소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등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과연 성공적으로 추진이 될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수도권에 소재한 124개의 공공기관을 지방 각지의 열 곳으로 이전시켜 도시를 형성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혁신도시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혁신도시 열 곳에 약 5조원을 들여 토지보상을 거의 끝냈고 작년 12월 현재 부지조성공사 진척률도 55% 정도에 달하고 있지만 문제는 민간용지 분양률이 10% 정도로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주택용지의 분양률은 10%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산학연 클러스터, 상업, 업무 등의 용지 분양률은 1% 정도로 극히 저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혁신도시는 당분간 사람이 없는 유령도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다양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무주 기업도시의 경우는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무주기업도시 지분의 96%를 갖고 있는 대한전선이 사업을 포기한 후 대체사업자를 찾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의 하나이다. 처음부터 도시의 경제적 이점의 하나로 꼽히는 소위 대수(大數)의 법칙을 무시한 것도 문제였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수립된 동시다발적 공간정책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포함하여 최소 17개의 도시를 일거에 전국 곳곳에 만들겠다고 계획했다. 이 모든 도시들이 전부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발전할 것으로 정말 생각했었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도시를 하나 만들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요인은 정말 많다. 일하고, 살고, 즐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야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어느 광범위한 지역에 정부기관 몇 개 혹은 공공기관 십여 개를 이전시키고 직원들과 그 가족 일부를 이전시키면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래도 아파트를 지어 놓으면 언젠가는 팔릴 것이고 도시가 될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구상에서부터 실천까지 30년 이상이 걸린 영국의 자족도시 밀톤케인즈는 번성하고 있는 반면 베드타운에 가까운 일본의 다마 신도시가 부동산 경기의 후퇴와 함께 쇠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소득창출의 기반이 필요한데 이는 곧 도시 내에서 기업 활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여건이 기업도시의 경우처럼 특정한 몇 개 기업에 의존하거나 혁신도시처럼 공공기관 몇 개를 이전시킨다고 갖추어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수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주할 의사를 가질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준비해야만 비로소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을 강제로 이주시킬 수 없는 만큼 시장원리에 충실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 불가결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마다 지역기본여건이 다른 만큼 각 지역의 특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시가 구축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 10개의 혁신도시는 입지가 제각각인데도 불구하고 십여 개 남짓한 공공기관과 이를 중심으로 수립된 천편일률적인 공간계획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다. 지역적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구상된 이들 도시가 모두 성공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시장원리의 관점에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