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논란] “국론 분열되면서까지 왜 짓나” 신공항 무용론 확산

입력 2011-02-13 17:48


13일 오후 김해국제공항 인근 부산 대저동 도로변에는 ‘동남권 신공항 김해공항보다 못하면 NO’, ‘신어산 추락사고 잊었나 첩첩산중에 공항이 웬 말이냐’, ‘24시간 소음 없는 안전공항은 가덕도 공항뿐’ 등의 플래카드와 깃발 등이 100여m 간격으로 내걸렸다. 부산시내 곳곳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가 총선과 대선 때보다 더 많이 내걸렸다. 국토해양부의 신공항 입지결정을 앞두고 영남권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유치 열기와는 달리 김해공항 국내선과 국제선 출입국장은 휴일인데도 승객들이 적어 썰렁했다. 공항 청사 2층에 입점한 이동통신사와 여행사 사무실은 물론 3층 식당가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공항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고속철도(KTX) 부산∼서울 구간이 완전 개통된 후 공항 승객들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김해공항의 경우 국내선은 하루 100여편, 국제선은 10개국 26곳 도시를 운항하는 하루 70여편의 항공기가 이착륙한다”며 “국내선은 물론 국제선도 주말 휴일 및 평일 오전 8∼11시, 오후 6∼9시 출입국장이 잠시 북적일 뿐 그 외 시간대는 대체로 한산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신공항 후보지를 놓고 지자체들 간 극심한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자 신공항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25분 일본항공 JL957편으로 도쿄에서 온 승객 이모(58·여·경남 김해시)씨는 “부산과 대구지역이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압축된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극심한 분열과 갈등 양상을 보이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며 “주민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국론을 분열시킬 바에야 신공항 건립 추진을 중단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의 한 관계자도 “국론이 분열되면서까지 신공항을 건설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대통령의 지시와 공약사업이라고 해도 부작용이 심하면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산녹색연합·부산환경운동연합·경남환경운동연합 등 부산·경남지역 환경단체들은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밀양과 부산 가덕도는 재두루미·고니 등 세계적 멸종위기종의 주요 이동통로”라며 “신공항 건설은 철새 서식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멸종위기종의 멸종을 가속화하는 등 국제적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연구원은 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판정했다. 후보지인 밀양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16개 이상의 산봉우리를 잘라내야 한다. 공항 건설비는 10조3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또 부산 가덕도는 9조8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돼 개장 후 만성적인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국토연구원의 진단이다.

그러나 허남식 부산시장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초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목적이 김해국제공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공항 건설 시기를 놓칠 경우 경쟁국인 중국 일본 등에 허브공항의 지위를 뺏길 수밖에 없는 만큼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글·사진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