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푸른 풍경들 아련한 추억 서려 있다… 서양화가 신수혁 ‘블루 노트’ 展

입력 2011-02-13 17:35


블루 톤의 그림이 잔잔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강렬하고 예쁜 작품에 익숙해 있는 관람객이라면 다소 심심해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감상하다 보면 언제, 어디선가 본 듯한 추억 어린 풍경에 빨려드는 기분이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블루 노트’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여는 서양화가 신수혁(41)의 작품은 요즘의 요란한 그림들과는 차별화된다.

그의 작업은 오래된 근현대 건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채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건물들 각각에는 고유의 맥락과 시대의 감각이 서려 있다. 이를 소재로 삼아 유화로 얇게 칠한 후 순차적으로 물감을 한겹한겹 쌓아 올리면서 건축물에 깃든 시대성을 화면에 담아낸다. 대부분 작품의 주조를 이루는 푸른색은 우울함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희망 내지 판타지의 저편을 암시하기도 한다.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나온 작가는 2008년 도쿄예술대에서 ‘유동하는 도시풍경의 사이에서-제작의 배경을 둘러싸고’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한국인으로는 처음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유학의 대상으로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한 것은 “아시아의 회화 교육이 철저하게 서구의 재현이나 답습에 그치지만 정체성을 추구하도록 요청하는 최초의 아시아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작가 자신의 일상생활 주변에서 만나는 건축물과 풍경을 그린 17점의 전시작들은 색채보다는 빛의 이미지가 강조된 작품들이다. 우리는 아침과 밤은 확연히 구분할 수 있지만 오후 4시와 5시의 미묘한 차이는 잘 구분하지 못한다. 작가는 빛을 통해 이런 ‘시간의 틈새’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문득 눈을 감으면 아련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져가는 풍경을 그의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다. 3월 6일까지 전시(02-725-1020).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