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집트 민주화 정착의 결실 맺기를
입력 2011-02-13 17:39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11일 하야 성명을 발표하고 퇴진했다. 이집트 시민들은 지난달 25일부터 무바라크의 하야를 촉구하는 민주화 시위를 이어왔고 마침내 18일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것이다. 이집트 시민들의 열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박수를 보낸다.
민주주의에 목말라하던 이집트 시민들은 독재타도의 첫 결실을 보았다. 지난 1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의 불길이 이집트로 옮겨 붙어 30년 철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번 민중 시위는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나라 밖의 소식을 비롯해 시위 현장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전파돼 단기간에 조직화됐다는 특징을 갖는다. 바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위력이다.
독재정권의 정보 통제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등 주변의 절대왕정국가가 이집트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중국조차도 이집트 민중혁명에 대해 보도통제를 할 정도이고 보면 재스민 혁명의 불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북한에도 재스민 혁명의 불길이 전파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무바라크의 퇴진은 이집트 민주화의 시작일 뿐이다. 현재 이집트의 상황은 1980년 ‘서울의 봄’을 생각나게 한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부하의 총에 암살되면서 시민들은 군사독재가 끝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신군부의 등장으로 한국의 민주화는 7년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무바라크 퇴진 이후 이집트의 권력은 군 최고위원회, 즉 군부로 옮겨졌다. 군부는 12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과 국제사회와 맺은 모든 협정을 준수하겠다는 성명을 내놓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해온 현 의회와 정부 해산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
벌써부터 시위대 내부에서 사태 수습을 둘러싸고 이견이 팽만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사분오열하는 바람에 어렵게 얻은 서울의 봄을 신군부에게 빼앗긴 우리의 아픈 경험을 이집트가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 이집트 시민들은 정치적·종교적 관용을 유지하면서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