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스토리 다소 아쉬워도… “뮤지컬은 역시 음악” 확인한 ‘천국의 눈물’

입력 2011-02-13 17:12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최근 공연된 뮤지컬 중 음악적 완성도에서는 최고로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 ‘지킬 앤 하이드’, ‘몬테 크리스토’ 등을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은 이번에도 특유의 웅장하면서도 애절한 곡들로 공연을 가득 채운다. 그의 노래는 서서히 감정을 상승시키다 절정에서 크게 휘몰아치는 특징이 있다. 와일드혼은 스스로 ‘빅 멜로디’(big melody)라고 표현한다.

‘천국의 눈물’에는 모두 22곡의 노래가 사용된다. 어느 한 곡이 주제곡이라고 꼽을 수 없을 정도로 곡마다 개성과 매력이 넘친다.

한국군인 준과 베트남 처녀 린이 사랑을 확인하는 대목에서 등장하는 듀엣곡 ‘이렇게 사랑해본 적 없어요’와 타이틀곡인 ‘들리나요’는 공연이 끝나도 한참동안 머릿속에서 맴돌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뮤지컬에서 음악이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만으로도 ‘천국의 눈물’은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팝 음악과 클래식, 재즈, 록 등 다양한 장르가 배치됐고 빠르기와 분위기도 적절히 변화를 줘 단조로움도 피했다.

노래를 소화하는 배우들도 무난히 자기 역할을 해낸다. 특히 브래드 리틀은 언어의 장벽에도 느낌만으로 감정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천국의 눈물’은 1960년대 베트남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세트 대신 영상을 택했다. 세트는 필요한 경우 최소화해 빠른 장면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바닥에도 조명을 설치하고 배우들의 동선에 따라 바닥 조명을 가동해 시각적인 효과를 더했다.

하지만 영상과 조명은 효율적이긴 하나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주진 못한다. 영상에 방점을 찍고 세트를 생략하다보니 몇몇 장면에서 무대가 많이 허전하다는 느낌도 준다.

‘천국의 눈물’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이야기다. 작품은 준이 자신의 딸 티아나를 찾아 숨겨진 진실을 털어놓는다는 형식의 액자식 구성을 택했다. 준과 린의 사랑을 설명하는데 ‘호랑이와 비둘기’ 우화도 삽입했다. 둘 다 욕심이 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미스 사이공’과 비슷한 흐름의 이야기는 익숙해서 지루함을 준다.

3월 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02-501-7888).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