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맡긴 사람은 불법 복권업자… 7일 출국 드러나

입력 2011-02-12 00:23

폭발물 의심 상자에서 나온 현금 10억원을 맡긴 의뢰인은 불법 인터넷 복권 업자 김모(31)씨로 밝혀졌다. 김씨는 지난 7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물품보관업체 내부 지문인식시스템에 기록된 의뢰인의 지문 정보를 복원한 끝에 김씨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보관업체가 데이터화해 보관한 지문을 본래 문양으로 복원한 뒤 경찰이 보유한 지문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김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또 물품보관업체 건물 내외부 CCTV 15대 중 3대에서 발견한 의뢰인의 얼굴과 김씨의 얼굴을 대조해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화면에 찍힌 의뢰인의 모습은 “174㎝ 정도 키에 30대 초반으로 보였다”는 보관업체 직원의 진술과도 일치했다. 의뢰인은 지난해 8월 긴팔 셔츠와 검은색 바지의 캐주얼 차림으로 보관업체 직원과 함께 돈 상자 하나씩을 들고 옮겼다.

CCTV조사 결과 김씨는 한 달 뒤 보관업체를 다시 찾아와 상자 1개를 추가로 맡겼고, 3개월이 지난 12월에 총 3개의 상자 중 1개를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가 직원 10여명을 고용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불법 스포츠 복권을 발행한 혐의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수년 동안 불법 사업을 해 오면서 수십억원을 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돈은 과거 김씨가 처벌받을 당시 숨겨 둔 돈이거나 범죄 수익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관업체가 돈 상자를 폭발물로 신고하기 이틀 전인 7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해 지금까지 입국하지 않았다. 더구나 김씨가 여의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사무실을 운영했던 점으로 미뤄 10억원이 금융권이나 정관계 고위 인사와 연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전력을 봤을 때 유명인사나 기업 비자금과는 관련성이 적어 보인다”며 “보관업체와의 관련성도 찾지 못해 김씨가 범죄로 모은 돈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사용한 ‘대포폰’ 3대의 실제 명의자 조사도 마쳤다. 이 중 한 명은 지난해 10월 사망했고 다른 두 명은 50대 노숙인과 일용직 노동자로 밝혀졌다.

경찰은 일용직 노동자에게서 “‘휴대전화를 개통해주면 10만원을 준다’는 문자를 받고 부천역에서 한 젊은 남성을 만나 휴대전화를 만들어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대포폰에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을 역추적해 이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기로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