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리콜 뮤지컬 ‘미션’ 가봤더니… “역시나 미션 임파서블”

입력 2011-02-11 18:27


지난 2일부터 공연되며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를 일으킨 뮤지컬 ‘미션’은 국내 관객의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울러 수준 미달인 공연은 관객이 직접 철퇴를 가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 향후 다른 공연 제작자들도 긴장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제작사 측은 지난 9일 2∼6일 공연 8회차에 대해 리콜을 선언하고 공연 수정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별반 나아진 것은 없었다. 관객 반응은 싸늘하다. 트위터에는 “바꾼다고 얼마나 나아지겠느냐” “리콜 대상이지만 다시 가고 싶진 않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 10일 찾은 공연장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했다. 시작부터 영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객석에는 헛웃음이 한 차례 돌았다. 혹시나 하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반전은 없었다. 공연 내내 객석에서는 탄식에 가까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공연은 뮤지컬이라고 하기엔 노래가 너무 적은데다 배우들의 움직임, 연기, 영어발음도 어색했다. 전반적 수준은 ‘트라이아웃’(본 공연 전에 수정 보완을 위해 시험적으로 올리는 공연. 보통 표 값이 낮게 책정된다)에 가까웠다. 제작사 측은 수준 높은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라이브 대신 녹음된 연주(MR)를 사용한다고 했지만 감동을 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앙상블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데도 합창을 립싱크로 처리한 대목에서는 의아함마저 들었다. 제작사 측은 “주말 공연부터 15명의 합창단이 합류해 노래를 들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막 이후 공연에 대한 불만이 커질 때 제작사 측은 관객과의 소통을 거부했다. 인터파크 게시판에 관객들이 몰려들어 항의를 하자 5일부터 게시판을 폐쇄한 것. 불만은 더욱 커졌고 미션에 대한 악평은 트위터, 블로그 등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제작사 측은 “한 사람이 한 번씩만 글을 올리도록 해서 늦어도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게시판을 열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션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름다운 음악과 영화 ‘미션’의 감동을 기억하는 팬들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공연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표 값도 VIP석이 20만원으로 보통 13만원인 다른 뮤지컬보다 높았지만 관객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공연을 관람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뮤지컬 미션이 지금까지 보여준 공연 수준과 대응 방식은 관객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리콜로 인해 재관람을 원하는 관객은 13일까지 요청하면 24일까지 공연 중 평일(월∼금 오후 8시)에 한해 다시 볼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