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 신흥시장’ 본격화인가… 외국인 나흘간 순매도 2조
입력 2011-02-11 21:20
최근 연이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도에 코스피지수가 2000선 밑으로 급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리스크, 이집트 사태 불확실성 등 악재가 더해지면서 조정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팔자세에 2000선 붕괴=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최근 나흘간 순매도 규모가 2조4000억원을 넘었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한 지난 8일 코스피지수는 2069.70에서 매일 20~30포인트씩 빠져 이날 1977.19로 장을 마쳤다.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지기는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40일 만이다.
외국인은 2009년(32조원)과 지난해(21조원) 한국 주식을 50조원 이상 사들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단 7거래일을 제외하고 연일 팔고 있다. 게다가 며칠 사이 순매도 규모가 늘어나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신흥국 중 매도세가 거의 없었던 대만 증시도 이날 2% 급락해 외국인 자금의 신흥시장 이탈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장영우 UBS증권 대표는 “최근 신흥시장의 자금 이탈은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에 따른 긴축 우려감이 작용한 탓이 크다”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가 잦아들려면 인플레이션이 진정 기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인플레 우려가 그다지 심하진 않지만 다른 신흥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조정은 지난달 2100 돌파 후 단기고점과 저점을 확인하는 차원으로 1차 조정에 불과하다”며 “이번 1차 조정이 가라앉은 후 중국 긴축 우려 현실화로 2차 조정이 발생한다면 지수가 190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소나기가 지나가면 외국인들이 신흥시장에 대한 차별적 접근을 취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상승추세가 꺾인 것은 아닌 만큼 이번 조정이 진정되는 기미가 보일 때 우량주 중심의 매수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유동성 양호…단기 충격 머물 것=일부는 최근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단기적인 차익 실현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단기적인 차익 실현 차원이지 셀 코리아 또는 셀 신흥시장 기조로 방향 전환해 털고 나가는 식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며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융위기 후 2년간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이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시세차익과 환차익을 실현할 만한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외국인 매수세가 지수 1600~1900선에서 많이 들어온 점에 비춰 더 팔 경우 손해볼 수 있다. 국내 유동성이 양호한 만큼 1970선 내외에서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