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 배경·전망… 가계부채 부담 덜고 경제성장 부축

입력 2011-02-11 18:25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상 행보를 한 박자 쉬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4.1%, 생산자물가가 6.2% 오르는 등 물가 급등세가 연출됐지만 금통위는 이달에 물가 이외의 거시경제 상황에 비중을 뒀다.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리는 데 부담감이 컸다는 얘기다.

우선 가계의 이자 부담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770조원을 넘어선 상황.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가계 이자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최근 시중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의 최고금리가 6%대 중반까지 올라 서민의 체감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연초 지속된 주가 상승세가 최근 급격히 힘을 잃고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위협하는 등의 요인도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았다. 이집트 사태 등 불안한 중동 정세와 중국의 긴축 움직임으로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경제 성장세에 악재가 된 부분도 간과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금리인상을 꺼리는 듯한 정부의 견제도 감지됐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자료를 통해 공급측면의 물가상승 요인을 강조한다는 명분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차단’이란 표현을 한 달 만에 삭제했다. 결국 정부가 수요 인플레 억제 수단인 기준금리 인상에 우회적인 거부감을 표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증권 최석원 애널리스트는 “그린북 자료 공개 이후 (금통위 내부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며 “(금리인상을 꺼리는) 정부 입장을 한은이 알 수 있는 상황에서 1월에 이어 금리를 연속 올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빠르면 다음달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본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물가상승률이 4%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선임 연구위원은 “도매물가가 순차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압력을 줄 수밖에 없고 선진국에서 인플레 우려가 점증되고 있어 다음달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총재가 “금리 정상화를 결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하겠다”고 발언하면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점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금리인상의 방향성은 살리되 물가 외의 다른 경제 분야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식 환율 부동산 경상수지 지표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도 결정될 전망이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