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사임 가능성” 예측… CIA 정보력 망신살
입력 2011-02-11 18:20
튀니지 정권 붕괴와 이집트 사태를 정확히 예상·분석해내지 못해 비판을 받았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또다시 망신을 당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즉각 퇴진 거부 연설이 나오기 수시간 전에 그가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 예측이 틀린 것이다.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10일 낮(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늘 밤 안으로 사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의 사임이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의 중대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아예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백악관이나 CIA를 더욱 당혹하게 만든 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언급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시간주 북미시간대학 연설에서 “이집트의 질서정연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이행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할 것”이라며 “상황이 전개되면 해야 할 얘기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무바라크의 사임에 무게를 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 불가’ 연설 내용을 전화로 보고받았다. 그가 워싱턴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릴 때 ‘무바라크 대통령과 통화됐느냐’ ‘무바라크의 조치가 충분한 것이냐’ 등의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이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초 정보당국의 예측·분석이 잘못된 데 대해 “상당히 실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과 의회 내에선 CIA의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