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상황 3000년 전과 비슷”… 투탕카멘 사망후 혼란, 쿠데타로 군부 집권

입력 2011-02-11 18:20

이집트의 혼란 상황이 3000년 전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대 이집트 연구 학자 토비 윌킨슨은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카이로의 거리에서 이뤄지는 권력투쟁은 3000년 전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파라오의 전통이 계속된다’는 기고문에 따르면 기원전 1322년 이집트에서 소년왕 투탕카멘이 갑자기 죽었을 때 뚜렷한 후계자가 없어 혼란이 야기됐다. 당시에도 질서유지를 명분으로 군인이 나섰다. 호렘헵 장군은 혼란이 가중되면 외침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순식간에 쿠데타를 일으켜 고대 이집트의 정치적·종교적 최고 통치자인 파라오가 됐다. 호렘헵은 당시 이집트의 숙적 히타이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권좌에 오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현 상황도 비슷하다는 게 윌킨슨의 주장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혼란이 계속되면 미국이 개입할 것이고,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나설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린다. 게다가 후계자로 유력한 최근의 부통령 2명은 모두 군인 출신이다.

호렘헵 이후 13명의 군인 출신 파라오가 차례로 권좌에 올라 철권통치를 하는 ‘군인 파라오 시대’가 이어졌다. 당시 파라오는 민중에게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밝힐 권리를 허용하지 않았으며, 반대자는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무바라크는 ‘현대판 파라오’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집트에선 민중이 권력에 절대복종하는 게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아 무바라크 대통령과 측근들은 지금의 퇴진 요구 시위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윌킨슨은 해석했다. 무바라크를 추종하는 현 집권층이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한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는 절대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준다고 윌킨슨은 강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