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이집트] 휴양지로 도망친 무바라크…30년 독재 무너졌다

입력 2011-02-12 02:43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끝내 권력을 포기했다. 그는 당초 10일(현지시간) TV연설을 통해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하는 대신 헌법과 관련된 새 유화책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11일 헬리콥터로 홍해 연안 휴양도시인 샴 엘세이크에 갔다고 dpa통신이 이집트 공안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그는 가족과 사미 하페즈 에난 이집트 육군 참모총장을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의 사퇴 성명이 있기 앞서 이집트 군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최측근인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로의 권력 이양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 사실상 무바라크 대통령 편에 서면서 반정부 시위대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 듯했다.

또 AP통신 등 해외 언론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반정부 시위대를 달래기는커녕 오히려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그가 내놓은 유화책이 정부와 야권 인사로 구성된 개헌위원회에서 이미 합의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은 더욱 유동적으로 변하는 듯했다.

이때 무바라크 대통령이 내놓은 유화책은 헌법조항 1개항의 폐지와 5개항의 개정, 치안상황 안정을 전제로 한 비상계엄령 해제로 요약된다.

그가 폐지하겠다는 조항은 30년째 유효한 비상계엄령과 맞물린 179조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테러와 국가안보에 관한 사건을 어느 사법기관에서 처리하는지 결정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민간인들을 군사법원에서 엄벌하는 데 악용돼 왔다. 그는 이날 치안상황이 안정되면 비상계엄령을 해제하겠다고 밝혔으나 폐지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았다.

그는 또 반정부 시위대와 야당 등이 반발하고 있는 헌법 76조, 77조, 88조, 93조, 189조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76조는 대통령 후보에 무소속 인사가 출마할 경우 선출직 공무원 250명 이상의 지지를 받도록 해 사실상 참여를 봉쇄해 왔다. 또 77조는 대통령의 재선을 무기한으로 허용하고 있어 야당은 이를 4년 중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를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한 189조 역시 수정하게 된다.

이런 유화책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임기 도중 쫓겨나는 모양새를 피하면서도 여론의 개혁 요구를 일부 수용해 성의를 보이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9월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아들 가말을 포함해 집권당인 국민민주당(NDP) 지도부 6명 총사퇴, 개헌위원회 설치, 공무원 임금 인상 등 여러 유화책을 제시했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