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軍, 무바라크 손 들어줬다

입력 2011-02-12 00:20

이집트 군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점진적 정권 이양을 지지했다. 따라서 이집트 사태는 군부의 뒷받침 속에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수습 국면으로 방향을 잡게 됐다.

이집트 군은 11일 오후(현지시간) 최고지휘관 회의가 끝난 후 발표한 ‘코뮈니케 2’라는 성명에서 “올 하반기 치러질 대선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30년간 시행돼 온 긴급조치법을 철폐하기로 약속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군은 국가안보에 가해지는 모든 위협에 대해 경고하면서 시위대에 일상 복귀를 촉구했다. 군의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이끌고 있는 주요 단체들은 이 같은 군부 결정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위에 참여한 후세인 고하르(46)는 “군은 우리를 실망시켰다”며 “무바라크는 물러나지 않았고 언제든 자신의 말을 번복할 수 있다”고 의심했다.

시위대는 이날 카이로 시내 6곳에서 각각 집회를 가진 뒤 타흐리르 광장으로 행진하는 ‘100만명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어 대통령궁으로의 행진을 시도하는 등 밤늦도록 “무바라크 즉각 퇴진”을 외쳤다. 군부는 대통령궁 밖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군용차량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전날 밤 국영TV로 생중계된 17분간의 대국민 연설에서 “나는 외부의 강권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이 치러지는 오는 9월까지 평화적인 권력 이양 조치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이익을 지킬 나의 책임을 계속 결연하게 감당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자신의 최측근인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권력을 점진적으로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사메 쇼우크리 미국 주재 이집트 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술레이만 부통령이 사실상의 대통령이 되며 무바라크는 법적인 국가수반으로만 남게 된다”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