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이집트] 결국 기득권 택한 軍…민심 버리다
입력 2011-02-11 21:14
이집트군의 결정은 현 정권 지지였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즉각적인 사임 요구를 거부하면서 군부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군은 결국 기득권을 택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비교적 중립적이었던 군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이젠 군이 시위대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집트군은 11일 오전(현지시간)부터 군 최고회의를 소집해 현 시국을 논의한 뒤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집트군이 전날 ‘코뮈니케1’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군의 ‘진심’을 알기는 어려웠다.
이집트군은 성명에서 국가 수호에 돌입할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시위대의 모든 요구가 충족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시민의 정당한 요구를 지지한다”며 “이집트의 국익과 시민의 열망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의 성명이 무바라크의 중대 발표 직전 나왔다는 점에서 전 세계 주요 외신들은 군의 움직임이 쿠데타를 의미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해석은 빗나갔다.
‘코뮈니케1’에서 국가 수호에 돌입할 것이라는 의미는 결국 무바라크의 점진적인 정권 이양을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시위대의 즉각적인 하야 요구를 받고 있는 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군은 현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30년간 시행돼 온 악명 높은 긴급조치법을 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 권력을 지지하면서 민심도 달래자는 행보다.
군 출신 무바라크에서, 역시 군 출신 술레이만으로의 권력 이양이 진행되면서 재계 인사인 무바라크 차남인 가말의 대통령직 승계 가능성을 배제한 것도 군으로서는 수확이다. 또 아흐메드 샤피크 전 공군사령관이 총리에 임명되고, 군 최고사령관인 탄타위 국방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는 등 군 출신 인사가 대거 내각에 기용된 것도 군 세력의 확대로 평가된다.
군은 국가안보를 내세워 시위대에 일상 복귀를 촉구했다. 이제 시위대가 군의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