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이집트] 폭발한 ‘분노’…100만명 격렬시위 ‘유혈충돌’ 고조

입력 2011-02-12 00:22

이집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8일째 이어진 1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에는 역대 최대 인파가 집결했다. 이날은 무슬림의 금요 기도회가 열린 뒤 이어진 시위여서 시위양상에 따라 향후 이집트 사태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시위 현장에는 시민에 동조하는 장교들까지 속속 행렬에 동참했다. 아흐메드 알리 샤우만 이집트군 소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군대가 시민들과의 연대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위에서 중령에 이르는 중간급 장교 약 15명이 시민혁명에 동참했고, 이들은 곧 시위대를 상대로 연설할 것”이라며 “우리의 목적은 시민들의 목적과 같다”고 강조했다.

샤우만 소령은 군 재판 회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나를 비롯한 장교들이 혁명에 동참한 이유는 우리가 군에 지원한 동기와 같다. 이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모하메드 아부 트레이카도 시위에 동참했다. 이집트 축구의 대들보인 아부 트레이카는 동료 선수인 사이드 마우드와 함께 광장을 찾아 시위대의 뜨거운 격려를 받았다.

이날 오후 시민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권력 이양을 지지한다는 군부의 성명이 발표되자 “이르할, 이르할, 이르할(떠나라)”을 외치며 분노했다. 광장 간의 의료소에서 일하는 의사 세윌란 카이로대 의대 교수는 “술레이만은 오랜 기간 미국 CIA 같은 정보기관에서 일해서 무바라크보다 더 폭력적이고 음흉하다”며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즉각적인 사퇴를 공식 거부하자 반정부 시위대의 분노가 폭발했다. 반정부 시위가 최대 규모인 100만명 항의 시위로 격렬해지면서 군·경찰과의 유혈 충돌마저 예상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전날 사임 발표를 기대하고 타흐리르 광장에 운집한 수십만 명의 시위대는 무바라크의 즉각적인 사퇴 거부 연설 내용을 확인한 뒤 대형TV 화면 속 그의 얼굴을 향해 신발을 던졌다. 이슬람권에서 신발 투척행위는 상대에게 최고의 모욕적인 행위이다.

시위가 격렬해짐에 따라 반정부 시위가 평화를 보장받을지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무바라크가 조기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군부가 이를 지지함에 따라 시위 강경진압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군부는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집에 돌아가 일자리에 복귀할 것을 권고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