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법 발의’ 박근혜 勢과시에 이재오 ‘독설 견제구’

입력 2011-02-11 21:16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1일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 구상’을 입법화한 개정안에는 국가가 각 개인의 생애 단계마다 필요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해 평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발의는 다른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일부터 당 소속 의원 170명 전원을 상대로 공동발의 서명 요청안을 돌렸고, 이날 박 전 대표를 제외한 여야 의원 122명이 서명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박 전 대표를 제외한 의원 113명이 서명했다. 보통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는 데 동료 의원 10~20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당 전체 의원의 67%가 서명에 동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뒤늦게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온 의원도 많다”고 밝혔다.

특히 당내 친박근혜계 의원이 50여명임을 감안하면, 친이명박계나 중도성향 의원 60명 정도가 박 전 대표의 복지국가 구상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호영 조해진 의원 등 친이계 의원과 이재오 특임장관과 가까운 권택기 의원도 서명에 참여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차기 대권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당 전체 의원에게 법안발의 동참을 요청한 것도 개헌론과 거리를 두고 정책으로 계파 구도를 뛰어넘겠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가시화되면서 친이계 측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좌장인 이 특임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선 2년 전부터 대통령에 나온다든지,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일하는 것은 국민을 많이 피곤하게 한다”며 “지금은 다음 대선을 위해서 서두를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복지 이슈를 내세워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선 박 전 대표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 장관은 또 “적어도 금년 1년 동안은 대선주자든 누구든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키는 데 올인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대선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개헌에 반대하고 있는 박 전 대표와 친박계를 겨냥, “개헌을 추진하는 사람이 다윗의 형국에 놓여 있는 것이고, 개헌을 반대하는 장병은 골리앗 장군처럼 다가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장관의 ‘도발성’ 발언에 친박계는 박 전 대표 행보가 당내 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만큼 일단 무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정현 의원은 “선플(좋은 댓글)이 많으면 악플(나쁜 댓글)도 가끔 섞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