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가는 과학벨트·신공항… MB ‘공약 덫’에 걸리나
입력 2011-02-11 21:17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과 동남권 신공항, 제주 신공항 건설 등 2007년 대선 공약이 임기 중후반기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청와대는 ‘공약을 안 지키겠다는 게 아니라, 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지역 주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에는 힘이 부치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일단 말을 아끼는 중이다. 고위 관계자는 11일 “구제역과 물가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신공항 문제나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에 청와대가 개입할 여력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시한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 정부는 국토연구원 용역과 입지평가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3월 말까지는 입지를 최종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도 4월 5일 과학벨트법이 시행되면 선정위원회를 통해 최대한 빨리 지역을 정할 계획이다.
전국적 파장은 작지만, 제주 신공항 건설 역시 공약 이행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2010년부터 신공항에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공항개발종합계획안에 이 내용이 제외됐고, 제주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세종시 공약을 수정하려다 충청권과 야당, 친박근혜계 반발로 무산되는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청와대는 정치권과 언론이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법에 따른 절차가 있는데, 대통령이 공약대로만 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이를 공약 위반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공세”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에서 들끓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밀양이냐 가덕도냐로 싸우기보다는, 우리나라 경제 여건상 신공항 건설이 얼마나 시급한지, 경제성은 있는지를 차분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만 처리하면, 지역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일종의 정공법이 청와대에서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지역 공약 ‘남발’이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여권 관계자는 “중앙 차원의 공약은 이 대통령이 모든 사항을 꼼꼼히 검토해서 발표했다”며 “그러나 지역 공약의 경우 지역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약속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