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수형자 자치 교도소’ 문 열어… 과실·경제사범 등 수용 영월교도소
입력 2011-02-11 18:01
“옆방에 일본어를 강사 수준으로 하는 동료 수형자가 있는데, 일본어 동아리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기왕이면 영어나 중국어 잘하는 분도 찾아서 외국어교실을 만들어 봅시다.”
11일 강원도 영월군 영월교도소 회의실에선 수감자 7명이 모여 동아리 활동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월교도소는 국내 처음으로 과실범, 경제사범 등 재범 가능성이 낮은 수형자를 선별 수용해 사회정착 및 인성 교육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는 ‘수형자 자치제’ 교정시설이다.
법무부는 이날 수형자들 자치권을 대폭 확대한 영월교도소를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교도관의 감시는 줄이고, 스스로 하루 일과를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치권을 수형자에게 부여했다.
수감자들은 교도소 내 거실과 식당 등에서 내부 규칙에 따라 자율생활을 보장받는 것은 물론 대학처럼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조직해 취미생활도 즐길 수 있다. 면회자 개방 접견이나 자율배식에 의한 공동식사, 일과 종료 후 자율활동, 야간 불침번 근무 등 예전에 교도관이 관리·감독하던 일을 수형자들이 직접 챙기는 자치 프로그램도 실시된다.
법무부는 수감자들의 출소 후 취업 지원을 위해 자율학습실과 외국어 교육반, 취업 연계형 자격증 취득반 등을 둬 ‘사회복귀 준비 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자치제 시행으로 출소자들의 재범 억제는 물론 일반 교도소에 비해 운영 인력이 크게 줄어들어 예산 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법무부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 60명을 수용하는 영월교도소는 앞으로 춘천지법 영월지원 관할 피의자·피고인과 전국 교정시설에서 선발한 수형자 등으로 최대 500명까지 수용, 관리하게 된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과거 교정행정은 수형자 관리에 중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통해 재범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영월교도소가 대표적인 역할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월=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