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사랑하길 잘했어요’ 오세정… “막장 아니라서 출연” 착한 드라마의 당찬 며느리

입력 2011-02-11 17:30


주부들이 시청하는 아침 드라마에서 우리 이웃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남편의 전 여자와 서로 얽혀서 복수를 하고(MBC ‘주홍글씨’) 남편의 불륜에 가정은 파탄 난다(SBS ‘장미의 전쟁’). 그 틈바구니에서 KBS 2TV ‘사랑하길 잘했어요’(평일 오전 9시20분)는 평범한 두 가족의 일상을 아기자기하게 그리고 있다. 불륜, 출생의 비밀, 복수 등 아침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아 신기할 정도다.

이 드라마에서 발랄하고 당찬 신세대 새댁 ‘도희’ 역을 열연 중인 오세정(32)을 1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처음 대본을 봤는데 전혀 막장의 요소가 없더라고요. 너무 편안하고 친근한 얘기인데도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단번에 출연하게 됐어요.”

시청률은 첫 회에 한자릿수로 시작했지만 지난 93회에서 12%(AGB닐슨 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도희의 철없는 행동이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다. 도희는 저녁을 준비하라는 시어머니의 지시에 마트에서 닭볶음탕을 사온 뒤 자신의 실력이라며 거짓말을 치다가 걸려 눈물을 쏙 빼고, 집안 돈을 엉망으로 관리해서 시아버지에게 혼나는 시어머니를 보고 “어머니, 돈 없으세요?”라고 눈치 없이 묻고 눈총을 받는다. 시동생 편을 드는 남편에게 “왜 내편이 되지 않느냐”며 투정하는 모습은 이웃에서 볼 법한 귀여운 새댁이다.

“엄마한테 악다구니 쓰고 돌아서서 미안해하고, 어른들에게 할말 다하다가 되레 혼나는 것은 제 실제 모습이어서 공감하지요. 아휴, 그래도 도희처럼 할말 다하고 살면 안 되는데…. 요새는 어른들한테 애교도 부리고 좀 둥글게 살려고 해요.”

큰 눈과 주름 없는 피부 덕분에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지만 그는 2003년에 데뷔한 후, ‘내 남자의 여자’ ‘이산’ 등에 출연한 ‘중고 신인’이다. 2009년에는 소속사를 잃으면서 2년 6개월간 본의 아니게 휴식을 해야 했다.

“쉴 때 힘들었지만 연기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어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연기를 위하는 셈 치고 무술, 발레, 연기 공부하면서 지냈죠. 저는 ‘짠∼’ 하고 떠서 김태희가 되거나 그런 욕심 없어요. 계속 연기하고 싶어서 기다렸어요.”

그는 일주일 내내 촬영을 하고 화장도 못 지우는 밤샘 촬영이 이어져도 투덜대긴 해도 뿌듯하다고 했다.

“2006년 다른 아침드라마를 했을 때는 내용이 강해서 힘들었죠. 뺑소니 당하고 반신불수가 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죠(웃음). 지금은 너무 편해요.”

남편은 입버릇처럼 ‘제가 할게요’를 입에 달고 사는 ‘팔불출’이고, 자애로운 시아버지는 시어머니의 신경질적인 잔소리를 막아준다. 도희의 신혼 생활은 주부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정작 오세정은 결혼에 관심이 없다.

“친구들 결혼하는 거 보면 큰일 났다 싶어요. 연애는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결혼은 남일 같아요. 내 서방이 없어서 힘들지는 않고, 오히려 옆에 누가 있으면 귀찮아요.”

그는 “드라마가 8∼9주 후면 끝난다. 다음에는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소속사) 대표님께 영화 시나리오 좀 많이 갖다 달라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