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데이트-남녀 직원 모두 출산장려금 주는 이근표 ㈜이플러스 대표] “모든 탄생은 행복해야”

입력 2011-02-11 17:33


출산한 여직원은 물론 아빠가 된 남자 직원에게도 5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직원이 8명밖에 되지 않아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규모가 작은 회사에선 임신한 여직원에게 출산휴가를 주는 대신 사표를 받는 일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 회사는 즐겁고 행복한 출산과 육아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작은 배려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플러스 대표이사 이근표(51)씨는 2000년부터 엄마와 아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전시회 ‘코엑스 베이비 페어’를 하고 있다. 이 대표이사는 “세계적으로 출산육아 용품 생산 및 수입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전시회는 없어서 처음에는 무척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관광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30대에 전자신문사 전시담당자로 스카우트된 그는 ‘마흔이 되면 창업하겠다’는 인생계획표에 따라 1999년 사표를 냈다. 당시는 밀레니엄 베이붐이 일던 때라 베이비 페어를 기획했다. 하지만 그때가 어느 때인가? IMF 경제위기로 잘 나가던 회사도 문을 닫을 때였다. 2000년 1회 전시를 기획할 때 ‘하면 6000만원, 안 하면 9000만원 손해’라는 계산서가 나왔다.

“면목은 없었지만 전 직장에 다시 돌아가겠다고 해 허락까지 받았어요. 그때 아내가 ‘무조건 한번 해보라’고 용기를 줬습니다.” 어렵사리 진행한 페어는 2만명이나 다녀갔다. 당시 대형전시회도 1만명만 오면 성공이라고 하던 때였으니 대박을 터뜨린 셈. 그렇다고 이익이 남은 건 아니다. 2001년 2회 때도 적자여서 집을 팔았고, 3회 때부터 겨우 제자리를 잡았다. 2004년부터 전시회를 연 2회로 늘렸다. 그리고 2005년부터 이익금이 생겼고, 그때부터 이 대표이사는 나누는 일을 시작했다. 제주도 미혼모 시설에 물품과 난방비를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미혼모 돕기에 나섰다. 요즘은 홀트 아동복지협회에서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의 출국복도 지원하고 있다.

“모든 탄생은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런 아기들을 돕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미혼모 시설에 재봉틀 등을 지원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해볼 생각입니다.”

이 대표이사는 직원들과 불행한 미혼모에게는 품 넉넉한 ‘이모’ 같지만 전시회에 참가하는 업체들에게는 깐깐한 ‘시어머니’보다 더 까탈스럽다. 전시회에 분야별로 3개 업체만 참가시킨다는 원칙 아래 제품의 품질은 기본이고 회사의 도덕성과 정직성까지 꼼꼼히 따지기 때문이다.

“10여년째 하고 있는 베이비 페어 경험을 바탕으로 임산부를 위한 문화센터, 임산부 학교 등을 열 계획입니다.”

19회째인 올해 1차 전시회는 17∼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홀 A와 B에서 진행한다. 국내외 140개 업체 370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이번 행사 입장료는 5000원이다. 베이비 페어 홈페이지(www.babyfair.co.kr)에 회원 가입을 하면 무료입장할 수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