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작가’의 우직한 고발 르포… ‘지하철을 탄 개미’

입력 2011-02-11 17:21


지하철을 탄 개미/김곰치/산지니

1991년 서울대학교 대학문학상 수상, 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99년 한겨레문학상 수상…. 이만하면 중앙문단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기에 손색이 없는 경력이다. 그러나 그는 부산 만덕동 산자락에서 ‘지역작가’로 웅크린 채 글을 쓴다. 서울 대형출판사의 문턱을 뻔질나게 들락거리며 이른바 문학 권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문단 풍토에서 그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소설가 겸 르포작가 김곰치(41)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펴낸 두 번째 르포·산문집 ‘지하철을 탄 개미’(산지니)에 이런 대목이 있다.

“지역작가로 살아보니 알겠다.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서울에서 울려 퍼지는 승리의 개가가 염치없는 과정으로만 들린다. 모든 큰 성공은 부끄러워해야 할 사태이다. 나는 지역작가다. 부산작가다. 확실히 그렇다. 부산의 출판과 내 목숨을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258쪽)

이 말의 진정성은 ‘모든 작가는 지역작가다’라는 명제에 있을 터이다. 서울작가도 서울이라는 지역 작가의 일원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가 ‘지역’이라고 말할 때 그 ‘지역’은 곧 세계의 중심이 된다. 문제는 무엇을 중심에 두느냐에 있다. 그는 발로 뛰어 취재하고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르포라는 장르를 중심에 두고 있는 작가다.

그는 2007년 대형 유조선에서 1만 톤 이상의 기름이 흘러나온 태안에도 있었고 새만금갯벌에도 있었으며 뉴 타운 사업으로 헐리게 된 서울 진관내동 한양주택에도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개발론자와 공적인 문제로 다투는 고발자가 될 수밖에 없다. 르포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설은 현실의 사건을 형상화하는 데 발이 느립니다. 왜냐하면 소설은 그야말로 예술이기 때문이지요. 소설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시사문제를 놓고 형상화가 거친 사회고발소설을 쓰느니 감정적 자아를 솔직히 드러내는 르포르타주가 보다 효율적이고 적합하다고 봅니다.”

김곰치의 르포는 ‘약자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옹호’로 요약할 수 있다. 책 제목이 된 산문을 읽으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지하철 바닥을 개미 한 마리가 부지런히 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 깊은 땅속에 있는 것일까? 수백 개의 계단을 혼자 타고 내려왔다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우리 인간의 삶이 저 개미의 불안한 꼬락서니가 아닐까.”(23쪽)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