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 52일째 박세환 목사 “재개발지역서 교회를 지켜주세요”
입력 2011-02-11 17:54
“아직까지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데 이대로 그만둘 순 없습니다. 제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재개발 지역 교회와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11일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무실 앞 복도에서 금식기도를 한 지 52일째인 박세환(56·백승교회·사진) 목사의 말이다. 그의 외로운 투쟁 소식에 일부 뜻있는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주축이 돼 여러 차례 재개발 문제 해결을 위한 기도회를 가졌지만 정부의 관련정책은 변할 줄 모른다. 이 때문에 주위에서 불상사가 날까봐 금식기도의 중단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서울 우면2지구 개발이 시작된 후 지난 5년을 고통 속에서 보냈다. 멀쩡하던 교회가 철거 대상에 포함되면서 헐리게 됐고 100여명의 교인도 뿔뿔이 흩어졌다. 주거권실현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은 그는 보상평가, 분양권, 강제집행 등 3가지 문제로 서울시 및 SH공사와 소송 중이다.
요즘 현기증 증세와 허리 통증에 시달린다는 박 목사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지역 민심을 무시하는 정부의 재개발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쫓겨날 위기에 처한 1만2500여 재개발 지역 교회와 주민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최근 전세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려 1200여곳에서 무분별한 지역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한 몸 던져 재개발 지역 교회와 주민들을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금식기도를 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30년 가까운 목회자 생활 중 매년 30∼40일씩 금식기도를 해 왔다”면서 “이때를 위해 그동안 하나님이 준비시키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식기도를 통해 물밥과 공기(空氣)밥, 하나님 은혜의 밥을 먹기 때문에 잠시 육체적으로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다”면서 “한국교회여, 저를 걱정하지 마세요. 터전을 잃어버리는 교회와 주민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시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힘써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죽산 박형룡 박사 신학사상과 설교 연구’란 논문으로 총신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 목사는 대구 대신대와 총신대 등에서 강의도 해 왔다. 또 지난 7년간 매주 월요일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야스쿠니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