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숙 사모 “성은이 몸 찬양에 성도들 은혜받아 울어요”
입력 2011-02-11 16:04
“갑작스런 일본 선교행에 두말없이 순종한 우리 부부에게 하나님은 더 큰 것을 예비해주셨습니다. 하나님은 항상 혼자 설 수 없을 때 함께 하셨어요.”
단지 성장이 조금 늦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첫째딸 성은이는 네 살 때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때 아버지 신성남(일산예수가족교회 담임)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로부터 “일본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 딸을 생각하면 일본으로 가기 힘들었지만 조 목사의 말씀에 순종했다. 최근 신 목사의 아내 한혜숙 사모가 성은이와 함께한 일본선교이야기를 엮어 ‘혼자 설 수 없다면’(강같은평화)이란 책으로 펴냈다. 최근 국민일보사를 방문한 한 사모와 이야기를 나눴다.
한 사모는 일본으로 떠날 때부터 기적을 체험했다고 고백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본이었어요. 거기에 장애가 있는 딸까지 데리고 가려니 막막했어요. 그런데 그 때 시어머니 비자가 나왔어요. 교회에서 홀로 계신 시어머니를 배려해주신 거였어요. 시어머니와 저 모두 기도 응답 받은 거예요. 장애아를 키우며 선교해야 하는 일본 생활에서 시어머니의 도움이 컸습니다. 이것이 성공적 선교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것 같아요.”
1989년 신 목사 부부, 시어머니, 네 살 된 성은이, 첫돌도 안 된 둘째딸 예은이, 이렇게 다섯 식구는 오사카로 갔다. 한 사모는 교회 일과 일본어 공부를 위해 성은이를 보육원에 보냈다. 하늘의 별 찾기 만큼 힘든 기독교 보육원이었다. 성은이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들을 배웠다. 어느 날 운동회가 열렸다.
“뒤뚱뒤뚱 잘 걷지 못하는 성은이를 운동회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러다 원장님한테 혼만 나고 결국 보냈지요.”
아니나 다를까. 달리기 경기에서 성은이가 뒤뚱거리며 걸었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곳에 있던 모든 일본인 학부모들이 일어나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박수를 쳐주었다. 성은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목적지에 들어왔다. 성은이는 이날 성취감과 자신감을 배웠다. 지금도 나서기를 좋아하는 것은 이때의 기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척추측만증으로 몸까지 구부정한 성은이가 예배 시간에 몸찬양을 해요. 이런 성은이를 보고 성도들은 은혜 받는다며 다 울어요.”
도쿄 교회로 옮긴 후 초등학교에 입학한 성은이는 장애아반에서 따로 교육받았다. 오사카와는 다른 교육이었지만 초등학생 성은이에게 맞는 교육이었다. 당시 한국에는 장애아를 위한 전문 교육기관이 없었기에 세심하게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97년 한국에 돌아왔다. 때마침 서울 일원동에 장애인 전문 교육기관인 밀알학교가 문을 열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현재는 경기 광주시 성분도복지관을 거쳐 서울 율현동의 성모자애복지관에 다니고 있다. 기숙사에서 혼자 다닐 수 있게 됐다.
성은이가 지금의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기까지 한 사모의 낙심과 좌절은 결코 작지 않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했다.
“성은이로 인해 더 많은 기도를 하게 돼 하나님과 친밀해졌어요. 성은이가 축복의 통로인 거죠. 이제는 하나님께서 성은이를 우리 가정에 보내신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저 날마다 주께 쓰임받는 아이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장애인들은 40세까지밖에 복지관을 이용할 수 없다. 한 사모는 장애인들이 평생 생활할 수 있는 복지타운을 조성할 비전이 있다. 또한 노인복지에도 소명을 갖고 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