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목사 4인 ‘교회 위기 극복 위한 대안을 말하다’
입력 2011-02-11 16:38
교회가 올바로 서 있을 때 혼돈의 사회는 비로소 제 길을 찾았다. 하지만 교회가 제 역할을 못할 때 사회는 깊은 질곡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이는 지난 125년의 한국 교회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지금 깊은 위기의식에 빠져들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40∼50대 목회자의 윤리 문제, 거기다 교단과 연합기관, 개교회의 분쟁과 갈등, 분열이 장기화되면서 교인들은 물론 사회의 시각도 싸늘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젊은 목회자들은 이 같은 한국 교회의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또 이들이 내놓는 대안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최근 본보 종교국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지구촌교회 박정수(41), 무학교회 이상갑(42), 남서울은혜교회 이정철(40), 선한목자교회 차길웅(38) 부목사가 참석했다.
-지금 한국 교회가 맞닥뜨린 위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이상갑 목사=신앙유산 전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 교회 위기는 다음 세대를 세워가는 일에 소홀히 한 여파로 겪고 있는 한국 교회의 도미노 현상이라고 본다. 목회자의 윤리나 교회 분열 등 개별 문제에서 원인을 찾기보다는 이런 총체적인 문제점을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정철 목사=예전엔 핍박과 고난을 이긴 사람들이 교회에 나왔다면 지금은 교회 나가는 게 문화가 됐다. 그냥 교회에 나가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전도를 통해 교회로 유입되었지만 전도의 속도와 제자화 속도 간에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박정수 목사=기독교 신앙이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삶의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의 문제는 바로 그 한계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성숙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그리스도인을 길러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차길웅 목사=목사들이 신학교육을 받고 종교 전문가 내지는 종교지식인이 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전문지식을 갖춘 것일 뿐 도덕성과는 상관없다. 종교지식인이 되는 과정에서 학벌과 공부가 우선시될 뿐 도덕성이나 인간 됨됨이는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일부 선배 목회자들의 윤리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정철=사건을 보며 충격을 받았는데,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사건이 터졌다. 하나님이 주신 경고가 경고가 되지 않는 게 문제다. 선배 목사들의 사건을 보면서 ‘아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구나’ 생각했다.
△박정수=목회자의 윤리 문제는 한국 사회와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윤리의식이 전반적으로 낮다. 정치 경제계도 마찬가지다. 목회자들의 윤리문제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다르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다 일어나지만 교회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교회에서도 일어났다는 게 문제다.
△박정수=이번 사건들은 ‘나는 어떤가’라는 자기반성, 자기성찰을 하게 만든다. 아울러 선배 목회자들의 연약한 부분들은 인정해야 하지만 그 일, 가치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
-청년·대학부를 맡다 보면 이성문제와 맞닥뜨리기 십상인데 자신만의 극복 노하우가 있다면.
△차길웅=자매 상담은 늘 아내가 한다. 내가 자매를 만나야 할 경우엔 자매 담당사역자나 또래별 교역자와 반드시 동행한다. 상담 장소도 카페나 사무실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한다. 따로 일대일로 식사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내 사무실엔 CCTV가 있어서 상담하는 자리를 비추게 돼 있다. 그리고 내 모든 스케줄은 아내에게 항상 오픈돼 있다.
△이정철=어떤 사고가 터지기 전엔 반드시 가능성들이 잠재하게 된다. 목회자들이 사모들과 관계가 안 좋은 것도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 사모와 좋은 가정을 이뤄야 하는데, 작은 교회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언제든 어디서든 성도들을 만나야 하기에 바쁘다 보면 가정에 소홀하기 쉽다. 직무 때문에 가정에 소홀하게 되고, 결국 이것이 성적인 문제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목회자의 자기관리,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상갑=내 휴대전화는 늘 아내가 확인하도록 투명하게 한다. 위험할 것 같으면 사전에 보고한다. 투명성이 확보된 데에서만 상담한다. 밤 11시 이후엔 이성과 상담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고민에 빠진 적도 있다. ‘이렇게 하는 게 양떼들과 너무 거리를 두는 게 아닐까.’ 하지만 나 자신을 믿기보다는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모든 걸 투명하게 하자는 나름의 원칙을 세워 해오고 있다.
-위기에 처한 한국 교회에 대안을 제시한다면.
△차길웅=선한목자교회는 청년부가 젊은이교회로 독립돼 있다. 청년부 자체 정관을 두고 그 원칙대로 움직인다. 그렇다보니 당회, 위원회,
소위원회의 역할이 명확히 나눠져 있다. 심지어 담임목사께서도 어떤 의견을 낼 때 절차를 밟아서 하신다. 재정 집행도 전적으로 청년들 몫이다.
△이정철=건강한 교회를 경험한 성도들이 흩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건강성을 계속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갑=한국 교회가 무너지는 것은 결국 성경적 가치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목회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일날 예배 한번 참석해 설교만 듣고 가버리는 평신도들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캠퍼스나 직장 속에서 성경적 가치관이란 칼을 들이대야 한다. 그걸 분리하면 교회가 결코 건강해질 수 없다.
△박정수=다시 한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회개임을 깨닫는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 죄를 내려놓고 고백하고 돌이켜야 하는 시점이다. 감사한 것은 교회 청년들도 회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신들의 문제점을 성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리=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
●대담 전문은 인터넷 미션라이프(missionlife.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