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목회자들이 본 위기의 한국 교회, 희망의 길은?

입력 2011-02-11 19:39


[미션라이프] 교회가 올바로 서 있을 때 혼돈의 사회는 비로소 제 길을 찾았다. 하지만 교회가 제 역할을 못할 때 사회는 깊은 질곡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지난 125년의 한국 교회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지금 깊은 위기의식에 빠져들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40~50대 목회자들의 윤리 문제, 거기다 교단과 연합기관, 개교회의 분쟁과 갈등, 분열이 잇따라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젊은 목회자들은 이같은 한국 교회의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또 이들이 내놓는 대안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지난 31일 본보 종교국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엔 지구촌교회 박정수(41) 목사, 무학교회 이상갑(42) 목사, 남서울은혜교회 이정철(40) 목사, 선한목자교회 차길웅(38) 목사가 참석했다. 교회에서 청년·대학부를 담당하고 있는 부목사들로서 각자 소속 교단(기침·예장 통합·예장 합동·기감)도 다르다. 이들에게서 선배 목사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함께 지금의 한국 교회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으려는 성숙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자신들이 현재 실천하고 있는 것이기에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

-지금 한국 교회가 맞닥뜨린 위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이상갑=신앙유산 전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들이 신앙유산보다는 그 외의 것에 관심을 두면서 부모들의 신앙유산이 그 다음세대에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의 한국 교회 위기는 다음세대를 세워가는 일에 소홀히 한 여파로 겪고 있는 한국 교회의 도미노 현상이라고 본다. 목회자의 윤리나 교회 분열 등 개별 문제에서 원인을 찾기보다는 이런 총체적인 문제점을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앙유산을 제대로 상속받았다면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마치 지킬-하이드 박사식으로 신앙과 삶이 분리돼왔다. 그런 것들이 신뢰도 상실로 이어진 것이다.

◇이정철=교회사를 볼 때 한창 전도에 힘쓸 때 교회가 갑작스럽게 부흥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흥 이후가 문제다. 예전엔 핍박과 고난을 이긴 사람들이 교회에 나왔다면 지금은 교회 나가는 게 문화가 됐다. 그냥 교회에 나가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도를 통해 교회로 유입되었지만 전도의 속도와 제자화 속도간에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 동료목사 중에 상담사가 있다. 그가 하는 말이 ‘더 이상 상담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믿는 사람들한테 사기를 당하고 고소를 당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상담하러 온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집단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크리스천의 도덕성에 대해 회개기도를 열어보자고도 했다. 보편적 신앙이 제자도를 삼켜버렸다고 생각한다. 크리스천이 세상 사람보다 조금 더 나으면 괜찮은 정도로 인식한다.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히기는 하는데 삶은 전혀 밝히지 않는다. 전도의 속도와 제자의 속도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드디어 한국 교회를 질적인 문제의 시험대 위에 올려놨다. 그래서 난 이런 위기가 정신 차릴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박정수=저는 그 원인을 짧은 한국 기독교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기독교의 역사는 서양의 기독교의 역사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역사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넘어 성숙의 여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기독교의 역사는 아직도 서양의 기독교 국가들처럼 기독교적인 윤리와 가치, 인격과 성품을 담아내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금의 사태는 한국기독교가 성장과 성숙으로 나아가며 경험하는 성장 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 생각한다. 구원은 한 순간의 놀라운 변화지만 성숙한 제자는 오랜 시간의 연단을 통해 태어난다. 그러므로 이 위기도 또 하나의 성숙을 위한 훈련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길웅=요즘 목사들은 목사로서 종교 전문가가 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신학교육을 받고 종교 전문가 내지는 종교지식인이 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전문지식을 갖춘 것일 뿐 도덕성과는 상관없다. 목사들이 프로페셔널리즘을 통해 존경받는 지식인이 됐다. 그 과정에서 학벌과 공부가 우선시되고 도덕성이나 인간 됨됨이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결국은 목사에 대한 존경심이나 시각이 교수나 정치인들에 대한 것과 차이가 없게 된 것이다.

-선배 목회자들의 윤리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이정철=비록 오랫동안 목회한 것은 아니지만 목회자들의 윤리 문제가 한꺼번에 이렇게 연달아 터지기는 처음이라고 본다. 방송 광고에서 흡연영상을 보여주는 이유는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배 목사들의 사건을 보면서 ‘아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 사건을 보고 죄를 중단해야 하는데 영적 마비현상이 온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을 보며 충격을 받았는데,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사건이 터졌다. 하나님 주신 경고가 경고가 되지 않는 게 문제다. 그것은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예장 합동)이 커지고 세가 커지면서 우린 그동안 사람들을 키운다는 명분하에 준비 안된 사람들을 키웠다. 좋은 입담을 가진 목사가 좋은 목사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교단 내 연합사역이 많다보니 준비 안된 목사들까지 활용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그런 문제점은 늘 잠재돼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 중단되어야 할 습관은 습관대로 계속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담임목사가 되고, 유명 목사가 되면서 문제가 커졌던 것이다. 선배 목회자들을 보며 후배 목사인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다시 반드시 회복돼 하나님 앞에 더 놀랍게 쓰임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차길웅=나는 신학교 졸업 후 문경세제 안에서 단독목회를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도 감리교에 어려움이 많을 때였다. 시골의 성도들이 저한테 와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때 내가 하나님께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라고 한탄하며 기도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선배와 아버지뻘 되는 목사님들이 뿌려놓은 은혜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욕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지 않나. 난 선배 목사들이 내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죄를 지은 그 목회자의 강의와 설교를 들으며 힘을 얻고 은혜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후배 목사들 전체가 그런 선배 목회자들에게 빚을 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선배 목사들이 다시 회복돼 사역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정수=한국사회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해이의 문제는 어제와 오늘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 경제계의 보도에서도 연일 확인된다. 한 개인의 목회자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의 인물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선배 목회자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하늘을 바라보며 천국의 윤리를 추구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 땅이라는 세상을 밟고 있기에 성령의 충만함과 하나님의 임재를 상실하면 쉽게 속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부르심을 받은 목회자로서 맛을 잃고 빛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상갑=한국 목회자들이 너무 바쁘다. 그것은 영성에 독소가 될 수 있다.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친밀함, 묵상에서 오는 성찰을 놓칠 수가 있다. 그런 부분이 우리 자신도 모르게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말씀 안에서 성찰이 없게 될 때 우리는 자칫 잘못하면 세상과 구별됨이 없는 생각을 하고 삶을 살 수 있다. 이정철 목사께서 그런 얘기했지만 성장은 했지만 성숙도에 있어서는 사춘기 수준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한국 교회는 몸집은 커졌지만 그 몸집을 성숙도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은 한국 교회에 대해 절망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성경적 목회자, 성경적 교회로 세워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몸부림쳐야 한다. 지나간 130년의 한국 교회사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200년을 준비하면서 하나님께서 빚어가실 거라는 소망의 눈을 가져야 한다. 이런저런 사건들을 보면서 제일 위험한 것은 사람들이 이 문제들을 가십거리로 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형제의 일이자 가족의 일이고, 우리의 일로 여기고 함께 아파해야 한다.

지난주 어떤 분(평신도)과 얘기하는데 진실로 아파하는 게 느껴졌다. 소망이 있었다. 그것을 남의 이야기가 아닌 가족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아파하면서 한국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목사들과 성도들이 있다. 그래서 이것을 성장통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 사건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에 더 소망을 주시리라 생각한다. 선배 목회자들의 전철을 바라보면서 비난하고 비판하는 소리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대안의 사람, 성경이 말하는 가치를 가지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목회자가 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정수=이번에 이런 사건들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나는 어떤가? 내게도 이런 연약함이나 죄가 있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하나님은 내게 마치 선배 목회자들의 사건을 거울처럼 비춰주셨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청년들이 ‘그 동안 그 목사님을 너무 좋아해서 그분의 책을 다 사서 보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당혹스러워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얼마나 쉽게 넘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사건으로 그분의 사역 전부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그분을 통해 하신 말씀을 여전히 소중히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김선도 목사님이 강의하시면서 본인은 날마다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목사 열 분을 위해 기도하신다는 말씀처럼 이제 판단이나 정죄가 아니라 그분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함께 자기를 성찰하고 한국교회 선배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담임목사 개인 문제보다는 담임목사에게 집중된 권한이라는 제도의 문제점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이 질문에 대해 패널들은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각자 교회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대신 설명했다.)

◇차길웅=선한목자교회는 청년부가 젊은이교회로 독립돼 있다. 기획위원들이 청년들로 구성된다. 청년부 자체 정관을 두고 그 원칙대로 움직인다. 정관을 바꾸는 것은 총회에서 한다. 그렇다보니 당회, 위원회, 소위원회의 역할이 명확히 나눠져 있다. 심지어 담임목사께서도 어떤 의견을 낼 때 절차를 다 밟아서 하신다. 담임목사와 본 교회 장로들이 이걸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젊은이교회의 독립된 예산을 청년들이 집행한다.

◇이정철=좋은 교회는 계속 좋아지고, 어려운 교회는 계속 어려워진다. 교회의 양극화라고 생각한다. 건강하지 못한 교회가 어떻게 좋은 교회가 될 수 있을까. 따라서 건강한 교회를 경험한 성도들이 흩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서울은혜교회는 계속 지교회를 많이 세웠다. 그 지교회 목사들이 홍정길 목사와 정기적 만남을 통해 흩어진 교회에서도 좋은 교회를 만들려고 많이 노력을 하고 있다. 개교회주의를 넘어 계속적으로 좋은 지교회를 세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건강한 교회를 경험한 성도들이 흩어져서 그 건강성을 계속 퍼뜨려야 한다. 우리 교회는 위원회 위주로 운영된다. 담임목사께서는 재정에 관여하지 않으신다. 이걸 경험한 목사나 장로, 젊은이들이 해외에 가든 어디로 가든 그대로 살아간다.

◇이상갑=목회자의 건강성은 교회의 건강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장신대 신대원엘 다닐 때 에클레시아란 동아리를 만들었었다. 성경 통독이나 암송을 통해 성경적 가치관을 우리 안에 세워가면서 건강한 목회자라고 생각되는 분들을 모셔서 건강한 목회 패러다임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건강한 목회자들로부터 계속해서 좋은 영향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흉보면서 닮는다’는 속담대로 갈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 한국 교회와 사회를 비판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대안적 목회, 성경적 목회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게 지금까지 사역의 큰 디딤돌이 됐다. 지금도 성문제, 돈문제에 대해 기독교 가치관인 투명성과 정직성을 가지고 계속 씨름할 수 있다고 본다. 목회를 하면서 대안적 사고를 갖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난 큐티를 하면서도 정직성, 투명성을 돈과 이성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까 생각한다. 그래서 청년부 내에 늘 검증장치를 두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청년들과 함께 큐티 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무너지는 것은 결국 성경적 가치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목회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일날 예배 한번 참석해 설교만 듣고 가버리는 평신도들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는 교회에서, 평신도는 직장에서 만인제사장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캠퍼스나 직장 속에서 성경적 가치관이란 칼을 들이대야 한다. 그걸 분리하면 교회가 결코 건강해질 수 없다.

-청년·대학부를 맡다보면 이성문제와 맞닥뜨리기 십상인데 자신만의 극복 노하우가 있다면?



◇차길웅=자매 상담은 늘 아내가 한다. 내가 자매를 만나야 할 경우엔 자매 담당사역자나 또래별 교역자와 반드시 동행한다. 상담 장소도 카페나 사무실 같은 오픈된 장소에서 한다. 따로 일대일로 식사를 하는 경우는 없다. 내 스케줄은 아내에게 항상 오픈돼 있다. 그리고 내 사무실엔 CCTV가 있어서 상담하는 자리를 비추게 돼있다. 전도사들한테도 ‘절대 일대일로 만나서 상담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반드시 2대 1로 만나게 한다.

◇이정철=난 작은 교회도 있어봤고 큰 교회도 있어봤다. 청년사역자가 아무래도 매력적인 청년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어떤 사고가 터지기 전엔 반드시 가능성들이 잠재하게 된다. 목회자들이 사모들과 관계가 안좋은 것도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 사모와 좋은 가정을 이뤄야 하는데, 작은 교회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언제든 어디서건 성도들을 만나야 하기에 바쁘다보면 가정에 소홀하기 쉽다. 직무 때문에 가정에 소홀하게 되고, 결국 이것이 성적인 문제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목회자의 자기관리,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상갑=내 핸드폰은 늘 아내가 확인하도록 투명하게 한다. 아내들이 직감이 뛰어나다. 위험할 것 같으면 충분히 나눈다. 투명성이 확보된 데서만 상담한다. 그리고 밤 11시 이후엔 이성과 상담하지 않는다. 자살하려고 한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맑고 밝은 데서 상담한다. 그러가 고민에 빠진 적도 있다. ‘이렇게 하는 게 양떼들과 너무 거리를 두는 게 아닐까.’ 하지만 나 스스로를 믿는 게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맑고 밝고 투명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렇게 해오고 있다.

위기에 처한 한국 교회의 돌파구는 뭐라고 보는가.

◇차길웅=공동체성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목회자들의 윤리 문제도 극복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 교회에서 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사역자들의 공동체다. 사역자들만의 인터넷 카페가 있다. 거기에다 매일매일 영적 일기를 쓴다. 주님과 어떻게 동행했고, 어떤 부분이 힘들었고 하는 것을 다 올린다. 부목사들뿐만 아니라 담임목사도 일기를 올린다. 이를 통해 목회자 자신에 대해 오픈하게 되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공동체성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왜냐 하면 서로 같은 고민을 하니까 서로를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성 일기를 쓰면서부터 내 안에 굉장히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정철=일련의 교회 신뢰도 추락이나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걸 보면서 위기라고 하는데 ‘위험한 기회’다. 그런 충격을 접하면서 기도하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을 본다. 충격과 허탈함 속에서 목회자들도 ‘기도의 불을 붙일 수 있는 찬스가 왔다’고 설교하고 청년들에게 기도하도록 이끌고 있다. 그동안 한국 교회가 평안함 속에서 기도시킬 계기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도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스스로 정화가 안되니까 바깥의 막대기를 쓰시는 거라고 본다. 이를 통해 교회가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박정수=최근 들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죄를 고백하는 기도를 잘 드리지 않는 것 같다. 15년 전 목회를 시작할 때는 항상 기도회를 시작하면 첫 번째로 마음을 찢고 눈물을 흘리며 드렸던 기도가 죄를 고백하는 기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기도회 속에도 죄를 고백하는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 적어진 것 같다. 치유와 회복,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갈망의 기도도 필요하지만 그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 죄를 고백하는 기도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에게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금 자신을 성찰하고 내 안에 죄를 확인함과 동시에 연약함을 발견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기를 기대하시는 하나님의 요청일 것이다. 지금은 자신의 죄를 고백해야 할 때이다.

◇이상갑=우리나라는 지금 물질적으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있다. 지금이야말로 본질을 붙들고 씨름하기에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평신도도 마찬가지다. 평신도도 직장이나 교회에서 본질을 붙들고 씨름하기 좋은 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말씀으로 돌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이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 길은 우리가 얼마만큼 영적 성숙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성령의 은사에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성령의 열매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할 때다.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게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평신도들도 말씀으로 돌아가 말씀을 생활 속에 소화시켜 이 시대 가운데 성육신적 영성을 가지고 영적인 씨름들을 계속 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에 요청하고 싶은 것은 다음세대를 위해 말이 아닌 실질적 격려와 집중적 섬김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결국 다음세대를 키워내는 일에 실패하면 유럽교회 전철을 밟기 때문이다.

사회, 진행=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