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섬김이 대상’ 수상, 남유진 시장에 듣는다

입력 2011-02-10 21:16


“시민들이 ‘주식회사 구미’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스스로 기업을 이끌어 가는 주인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제3회 섬김이 대상’을 받은 경북 구미시의 남유진(58·사진) 시장은 수상의 공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남 시장은 지난달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된 시상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기관 표창을 받았다.

구미시가 받은 상은 고질적인 민원, 국민 불편, 기업애로를 해결하거나 투자유치 등에 뛰어난 역할을 한 기관과 공직자를 대상으로 경제단체, 상공회의소, 기업 등 직접 그 혜택을 입은 국민이나 기업들이 수상자를 추천하는 상이다. 일선에서 묵묵히 국민을 섬기는 기관과 공직자들을 현장에서 직접 발굴한다는 의미가 있어 더욱 뜻 깊은 상이다.

이런 큰 상을 받은 구미시의 중심엔 남 시장이 있다. 그는 구미시를 ‘기업이 있어서 행복한 도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기업중심의 다양한 시책을 정성스레 펼쳤고 이는 이번에 구미시가 ‘기업하기 좋은 최고의 도시’로 뽑히게 된 견인차 역할을 했다.

남 시장의 기업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2006년 7월 취임하자마자 공장과 근로자들이 많아 그저 ‘공단도시’에 불과했던 구미를 ‘살기 좋은 도시’ ‘품격 높은 도시’로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첫 출발점이 바로 전국 최초로 발족시킨 ‘기업사랑본부’였다.

‘기업사랑본부’는 기업유치와 애로 해결을 위한 ‘기업민원 원 스톱 서비스’ 업무를 하는 곳이다. 그가 이 조직을 만든 것은 2001년 구미부시장직을 수행하면서 ‘기업이 아니면 구미라는 도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에 발을 디딘 그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2008년에는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을 받기도 했다.

선거에 출마해 시장에 당선된 후 그의 머릿속엔 ‘어떻게 하면 구미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뿐이었다. 그 고민의 산물이 바로 ‘기업사랑본부’였다. 그는 유능하다고 소문난 시청 직원 20명을 선발해 시장 직속의 ‘기업사랑본부’를 출범시킨 뒤 직원들에게 “다른 건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그 한 가지는 바로 ‘어떻게 하면 기업을 도와줄 수 있을까’였다. 그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은 온종일 관내 기업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 것인가만 생각했다.

그 결과 ‘기업사랑본부’는 기업애로 해결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됐고 2007년 518건, 2008년 307건, 2009년 191건, 2010년 171건 등 모두 1306건의 기업 민원을 해결했다. 또 ‘기업애로 제로화’란 슬로건 아래 소속 공무원들이 ‘1인 1사 기업도우미’로 활동하며 기업애로 및 불편사항 개선에 적극 노력했다.

도우미 활동을 하는 공무원은 퇴직할 때까지 해당 기업의 손발이 돼 행정상 불편 사항은 물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인허가 원 스톱 처리’는 구미를 선택한 기업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삼성전자 금형정밀센터 인허가 때 사전 협의를 통해 서류접수 후 6시간 만에 인허가 처리를 완료한 게 대표적인 예다. 또 LS전선 안양공장이 구미로 이전해 올 때는 회사가 기숙사 부지 매입 건으로 곤란을 겪자 시가 나서 부지 선정 및 인허가를 원스톱으로 해결해 줘 회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사례가 알려지면서 기업들 사이에선 ‘구미시가 기업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시장이 이처럼 기업 사랑에 적극 나서자 시민단체와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호응했다. 이들은 구미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기업인 LG에 ‘시민 감사엽서 보내기’, ‘LG필립스 디스플레이 주식 갖기 운동’ 등을 펼치며 시장을 측면 지원했다. 이런 민·관 협력을 통해 구미시는 기업도시로서의 이미지를 크게 높인 것은 물론 LG 5개 계열사로부터 1조9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73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남 시장은 이에 대해 “기업사랑본부를 중심으로 시 공무원들이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자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기업사랑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주인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에게 불편을 주는 불합리한 법령·조례 등 규제를 개선하는 일에도 구미시는 큰 몫을 했다. 남 시장은 “중앙부처에 11건의 규제개선사항을 건의, 3건을 개선해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줬으며 구미시 자체에서도 기업애로해결 과제 27건을 발굴해 현재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 ‘꽃밭 속의 구미 가꾸기 사업’ 등 도시환경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공단이 밀집해 있어 도시 색깔이 회색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공장과 굴뚝으로 연상되는 탁한 도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1000만 그루의 나무와 구미원예수출공사에서 생산되는 스프레이 국화 등을 도심에 심어 도시디자인을 세련되게 가꿔 나갈 계획이다.

남 시장은 “큰 상을 받고 나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기업하기 좋은 도시, 세계 속의 명품도시 구미’의 명성을 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