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軍, 중립 새빨간 거짓말… 시위대 감금·고문 자행”
입력 2011-02-10 18:33
이집트 군부가 최근 시위 사태와 관련해 중립을 천명한 것과 달리, 비밀리에 최대 수천명의 시위 참가자를 체포·구금하고 고문까지 자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현지 인권단체 등을 취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 ‘이집트 개인권이니셔티브’는 지난달 25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군에 의해 끌려간 이들이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아쉬라프(32)는 지난 4일 타흐리르 광장 시위 현장에서 의약품 상자를 들고 임시진료소로 가던 중 일련의 군인에 의해 저지당했다. 광장 외곽 이집트유물박물관으로 끌려간 그는 그곳에서 몇 시간 동안 구타당했다. 자신처럼 심하게 맞은 것으로 보이는 다른 10여명과 함께 어느 방에 갇혔던 그는 18시간 뒤에야 ‘광장에 다시 나타나지 말라’는 경고를 듣고 풀려났다. 일부 수감자는 전기고문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금 대상자는 인권운동가, 변호사, 기자, 블로거 등 반정부성향 인사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포함됐다. 시위에 참가해 전단을 돌리다가, 심지어 시위를 구경하다가 군인들에게 끌려갔다. 인권운동가들은 외부조직과의 연계 여부를 심문 받았고, 단순 시위 참가자는 추후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뒤에야 풀려났다는 것이다.
이집트 개인권이니셔티브 관계자는 “군이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