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구글 ‘反무바라크’ 부담?… 민주화 영웅 부상
입력 2011-02-10 18:33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구글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구글은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영웅으로 떠오른 자사 임원 와엘 고님(30)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미국 CBS뉴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글 중동·아프리카 지역 마케팅 책임자인 고님은 반정부 시위 사태 와중에 체포됐다가 12일 만에 풀려나면서 주춤하던 반정부 시위에 다시 불을 댕긴 인물이다.
구글은 시위 초반 이집트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자 전화로 트위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고님과 신중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중국의 검열법에 반대하는 등 정치적인 문제에 입장을 밝혀왔다. 구글의 이런 경영철학은 옛 소련의 공산주의체제에서 억압당했던 유대인 공동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30년 독재를 끝내려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는 이 같은 구글의 철학과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글은 고님의 석방 이후 “와엘 고님이 석방된 것은 매우 다행이다. 고님과 그의 가족에 행운을 빈다”는 입장만 내놓았을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왜 일까. 미 뉴욕의 페이스대 루빈 경영대학원의 잭 제임스 교수는 “혼란한 시기에 30년간 기득권을 쌓아 온 체제에 맞서는 건 어리석은 모험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자사 직원의 근무시간 이외의 정치적 활동과 회사의 공식 입장을 신중히 구분 짓고 있다.
간접적으로 고님이 구글의 명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마이클 우심 교수는 “고님의 행동은 구글 브랜드의 일부가 됐다”며 “구글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이를 통해 명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