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던 밤 사망 추정 물증없이 심증만… 알리바이로 본 의사부인 사망 미스터리

입력 2011-02-11 02:00


출산을 한 달 앞둔 의사의 아내 박모(29)씨가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둘러싸고 살인 피의자로 지목된 남편과 경찰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남편인 서울시내 유명 대학병원 전공의 백모(31)씨를 범인으로 보고 다음 주 초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지난달 말 백씨 집에서 박씨의 피가 묻은 백씨의 운동복 등을 확보한 경찰은 이날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해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에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 3일 상해치사 혐의로 백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경찰이 당초 추정한 박씨 사망 시간은 지난달 13일 오후 5시45분부터 14일 오전 6시47분 사이로 백씨가 박씨와 집에 있던 동안이었다. 여기엔 백씨가 아내를 살해하거나 죽음을 방치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숨진 박씨의 몸 곳곳이 멍들었고 손톱에서 백씨의 유전자가 검출되는 등 여러 의문스러운 정황이 발견된 상황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백씨의 알리바이(사건현장 부재 증명)는 완벽하지 않다.

백씨 진술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13일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오후 5시45분쯤 박씨와 서울 도화동 아파트로 귀가했다. 백씨는 오후 7시쯤부터 8시간 동안 컴퓨터 게임을 했고 박씨는 안방에서 잠들었다. 이후 14일 오전 5시40분쯤까지 자고 일어난 백씨는 혼자 아침식사를 하고 3.5㎞쯤 떨어진 도서관에 가려고 오전 6시47분쯤 집을 나섰다. 이때 박씨가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는 게 백씨 설명이다.

오전 9시쯤 박씨가 근무하는 경기도 안양 어린이 영어학원에서 백씨의 휴대전화로 첫 전화가 걸려왔다. 박씨가 출근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 탓이었다. 보통 9시 전 학원에 도착하는 박씨는 한 시간 전 집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박씨가 오전 8시 전 변을 당했다는 뜻이어서 정확한 사망 시각이 나오지 않는 한 백씨가 집에 있는 동안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원은 오후까지 수십 통을 걸었지만 백씨는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오후 4시40분쯤 박씨와 연락이 안 된다는 장모의 문자메시지를 받고서야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오후 5시5분쯤 옷을 입은 채 빈 욕조 안에서 뒤로 기대 숨져 있는 박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