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셋값 폭등 진앙지 서초 ‘반포자이’아파트 가보니

입력 2011-02-10 21:24


정부 정책 비웃듯 일주일새 최고 3000만원 치솟아

7억5000만원. 이달 초 전세매물로 나온 서울 반포동 ‘반포 자이’ 아파트(116㎡·공급면적)의 전셋값이다. 2년 전(3억9000만원)보다 배 가까이 폭등했지만 매물은 찾기 힘들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만 2000만∼3000만원씩 뛰었다. 최근 2년 사이 수도권에서 전셋값(3.3㎡기준)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서초구가 꼽힌 데는 반포 자이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포 자이의 입주 가구 중 전세비율은 장기전세주택(419가구)을 뺀 약 50%(1500가구)선. 입주 3년차에 접어들면서 전세 계약자들 사이에선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반포 자이생활지원센터 관계자는 10일 “오늘만 20여건, 내일은 30가구 정도 이사가 예정돼 있다”면서 “이사 올 때보다 배 가까이 뛴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짐을 싸는 가구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 재계약 비율이 50% 정도나 되고 평형대를 줄여 단지 내 다른 동으로 옮기는 가구도 20∼30%나 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의 전셋값 폭등을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닥터아파트 김주철 팀장은 “강남지역의 경우 재건축단지 사업이 지지부진한데다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전세 수요가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린 것”이라며 “정부의 전세대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전세민들이 반포 자이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통과 학군, 생활 편의성이 좋고 강남의 신규 대단지 아파트라는 특성이 있지만 지나치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불투명한 주택 경기 흐름을 타고 매매 대기수요까지 가세해 강남권 전세수요가 한꺼번에 몰려든 점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2008년 12월 입주가 시작된 반포 자이는 44개동에 84∼297㎡(공급면적)형 3410가구로 구성돼 있다. 지하철 7·9호선역이 단지 옆에 위치한 초역세권이지만 미분양이 많았다. 하지만 반포 자이를 중심으로 한 반포동 일대는 서울의 신흥 부촌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반포동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3.3㎡당 3000만원을 돌파, 줄곧 서울 집값 상승의 진앙으로 꼽혀왔던 도곡동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반포 자이 입주자대표회의 홍의권 이사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도곡동 타워팰리스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같은 주상복합아파트에 살다가 집을 팔고 이곳으로 이사 온 가구만 100가구가 넘는다”면서 “주상복합보다 관리비가 적게 들고, 주거 여건이 낫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앞에서 만난 입주민 성모씨(43·주부)는 “단지 안에 초·중학교가 있고, 단지 맞은편 삼호가든 네거리 쪽에 학원가도 형성돼 있다”면서 “제 또래 주부 열명 중 아홉은 자녀 교육 때문에 자리를 잡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단지 내에 들어선 입주민 커뮤니티 시설 ‘자이안 센터’도 눈길을 끈다. 반포 자이생활지원센터 강록 운영실장은 “입주민 카드만 있으면 사우나와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실내골프장 등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 “입주민 만족도가 꽤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비싸야 잘 팔린다’는 강남 특유의 소비문화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