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품은 홍준표 "개헌 특별기구 의결 못해줘"

입력 2011-02-10 21:41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단단히 뿔났다.

홍 최고위원은 1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그간 이재오 특임장관이 앞장서고,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주도해 온 개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쌓아뒀던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이틀간의 개헌 의총에서 개헌 특별기구를 설치키로 한 것과 관련, 안 대표가 “김 원내대표와 의논해 당 대표 산하에 두기로 했다”고 한 게 시발점이었다.

홍 최고위원은 “자기들끼리 속닥대서 합의봤다고 최고위원들한테 협조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다른 최고위원들은 허수아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 대표 개인 특별기구로 두면 몰라도 당 기구로는 못 받아준다. 그러니 14일 최고위원회의에 안건으로 올리지 마라. 의결 못 해준다”고 버텼다. 일단 안 대표가 “여러 방안을 논의해 보자”고 양해를 구했지만, 그의 분노는 풀리지 않았다.

홍 최고위원은 오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개헌 논의 절차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헌법은 정치 세력간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이 세계 최고 석학인 법학자 칼 슈미트의 이론”이라며 “그런데 당내 타협도 없이 개헌 문제를 밀실에서 특정 계파, 그것도 몇 안되는 사람끼리 쑥덕거려 추진하는데 되겠느냐”고 말했다.

또 지난달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안 대표, 김 원내대표가 안가에서 비공개 회동을 한 것도 문제 삼았다. 홍 최고위원은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최고위원들에게 전화라도 해서 내용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보온병’ ‘자연산’ 발언과 (국립5·18민주묘지 방문 당시) 상석 사건이 있었을 때 단 한 번도 비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러느냐”며 안 대표에게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김 원내대표를 겨냥해 “원내대표는 국회를 책임지라는 의미에서 당헌에 당 대표에 이어 두번째 서열로 둔 것”이라며 “내가 원내대표 시절엔 당무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홍 최고위원의 초강경 발언은, 개헌에는 찬성하나 지금과 같은 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당 운영 방식과 개헌 논의 추진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