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나는 다윗… 포기할수 없다” 장기전 태세

입력 2011-02-11 01:57

‘개헌 2라운드’가 시작됐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한나라당 내 친이명박계는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다. 개헌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가 친이계만의 잔치로 끝났다는 냉소적인 여론에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 장관은 10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개헌을 위해서 가장 강력한 상대와 맞서겠다”며 “나는 다윗이고 나의 상대는 골리앗”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핵심 측근은 “개헌을 반대하는 큰 흐름을 골리앗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래도 다윗이 싸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 측은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의원들은 개헌특별기구 구성 상황을 지켜본 후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개헌 동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측근 의원은 “처음부터 주제를 권력구조 문제로 접근하면 정치권 싸움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경자유전 원칙’ ‘군사재판’ 등 현행 헌법 내용 중 개정 요구가 제기되는 주제로 세미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장관은 당내보다는 여야 간 개헌 협상에 물꼬를 트는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의총이 끝난 직후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전화통화를 갖고 국회 개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장관 측 구상과 달리 당장 당내 개헌특별기구가 최고위원회의 인준을 거치는 문제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서병수 최고위원을 비롯해 홍준표 정두언 나경원 최고위원 등 지도부 절반 이상이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에 최고위 의결도 녹록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친박근혜계와 소장파 의원들은 개헌특별기구 참여나 향후 논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개헌 의총을 통해 국민들이 개헌에 관심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헌특위에 참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개혁성향 초선모임 민본21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도 “특별기구 구성에 반대했던 입장에서 특위에 들어가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향후 논의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친박·친이 간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친이계 일각에서 ‘유신헌법’을 문제 삼고 나오면서 친박계도 발끈하고 있다. 개헌 의총에 앞서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들은 권력 구조 이외의 개헌 사항을 검토하면서 ‘군인, 군무원, 경찰공무원의 국가배상청구권 제외’ 등을 담고 있는 헌법 29조 등 2∼3개 조항을 유신헌법의 잔재로 분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친박계 의원은 “개헌 자체와 상관없이 정략적으로 접근해 박 전 대표를 흠집 내려는 움직임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전날 개헌 의총에서 강명순 의원이 ‘유신헌법 시절 박 전 대표가 청와대에서 잘 먹고 잘 살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박 전 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주최한 ‘세계 물포럼 유치 및 먹는 물 기준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 축사를 통해 물 관련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개헌 의총이나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