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리 짠 시나리오? “南이 판깼다” 책임전가
입력 2011-02-10 21:47
남북, 회담 결렬 놓고 치열한 네탓공방
지난 8, 9일 이틀간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군사실무회담의 결렬 책임을 놓고 남북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북남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공보’에서 회담 결렬의 책임을 우리 측에 돌렸다. 반면 국방부는 의제를 3번이나 바꾸는 등 성의를 다했음에도 북한의 기존입장 고수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북, ‘역적패당의 불순한 속내가 드러났다’=북한은 의제 선정에서 남측이 ‘앙탈질’을 했다고 공격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 대하여’라는 당초 의제를 ‘천안호 사건에 대하여’ ‘연평도 포격전에 대하여’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 대하여’ 3가지로 나누는 수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남측이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도발 방지 확약’만 의제로 삼자며, 군사회담의 판을 깼다고 성토했다.
중앙통신은 또 ‘첫 시작부터 드러난 회담파괴자의 본색’이라는 논평을 추가로 내고 “남조선 괴뢰들은 의제부터 비현실적인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수석대표단 구성도 “남측이 4성 장성급으로 하자고 해 인민무력부 부부장급으로 하되 단장은 편리한 대로 하자는 합리적인 안을 만들었지만 남측이 느닷없이 인민무력부장급(장관급)이나 총참모장급(대장급)으로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며 “회담에 누가 나오는가 하는 것은 각기 결정할 문제이지 상대방에 이러쿵저러쿵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북측은 또 실무회담 후 3∼4일 안에 본회담을 하자고 했지만, 남측이 거부해 이달 18일로 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거부하고 날짜를 키리졸브와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이 있는 2월 말로 제의하며 회담 파탄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넘겼다고 비판했다.
◇남, ‘우리가 양보했다’=국방부는 북한 비난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제는 우리도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및 재발방지 확약과 함께 북한이 요구한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도 의제로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우리 입장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만 논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한꺼번에 다루자고 물러서지 않자, 두 사건을 먼저 논의한 뒤 긴장완화 문제도 다루겠다고 양보했다는 게 우리 측 설명이다.
특히 북측의 “(천안함 폭침은) 미국의 조종하에 남측의 대북 대결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특대형 모략극”이라는 억지 주장은 우리 측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또 수석대표의 수준도 ‘고위급’에 대한 양측의 명확한 정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회담 날짜는 “의제와 대표의 급이 정해진 뒤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며 북측 주장처럼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북의 속내와 전망=북한이 ‘유치한 기만술’ ‘망나니짓’ 등의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우리 측을 비난한 것은, 일단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측이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니고, ‘회담의 전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우리 측 강경 자세에 불만을 표현한 것 같다”며 “북측이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